테니스공과 닮은 둥근 물체가 주인을 따라 굴러다닌다. 사람의 발걸음을 인식해 멈추기도 하고, 자세를 낮추고 손을 내밀면 쪼르르 굴러와 손안으로 들어온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이 ‘기특한’ 물체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로봇 ‘볼리(Ballie)’다.
첨단 하드웨어와 인공지능(AI) 기술의 결합이 촘촘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윤부근 부회장 이후 5년 만에 고위 임원이 CES 기조연설에 나서 두 기술의 조화와 높은 완결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열린 ‘CES 2020’ 기조연설에서 로봇 볼리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볼리는 ‘당신의 뒤에 있습니다’라는 모토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집 안의 상황을 파악하고, 스마트 기기들을 지휘하는 ‘지능형’ 로봇이다. TV와 스마트폰 등 스마트·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연동해 다양한 홈케어를 수행한다. 이용자가 기상할 시간에 맞춰 AI 스피커를 켜거나 바닥이 더러워졌을 때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는 식이다. 김 사장은 “기기가 아니라 하나의 컴퍼니언(동반자)”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자체 AI 기술인 ‘온 디바이스 AI’를 탑재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원천 차단했다. 외부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자체에서 연산을 수행함으로써 보안을 강화하고 연산 속도도 빨라졌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시큐리티 로봇’이나 ‘피트니스 도우미’ 등으로 필요에 따라 역할과 기능을 확대 적용할 수 있다.
김 사장은 향후 10년을 ‘경험의 시대’로 정의하면서 볼리가 삼성전자의 ‘인간 중심 혁신’의 핵심 사례라고 소개했다. 그는 “경험의 시대에는 다양한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을 변화시키고 도시를 재구성해야 한다”며 “삼성의 인간 중심 혁신이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날 AI와 증강현실(AR), 5G 등 첨단 혁신 기술의 등장이 어떻게 일상을 바꿀 수 있는지도 소개했다. 미국 최대 의료보험단체 카이저 퍼머넌트와의 협업을 통해 개발한 심장질환 재활 프로그램 ‘하트와이즈’가 대표적 사례다. 이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만성 심장질환 환자의 심장 상태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적기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과 연결해준다.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인 ‘젬스(GEMS)’를 입은 사용자가 AR글라스를 쓰고 가상의 개인 트레이너에게 맞춤형 피트니스를 받는 모습도 시연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빌딩’의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했다. 서울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에 적용될 홈 IoT가 그 예다. 음성 명령으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거나, 통합된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으로 전기·수도·가스 등 에너지 사용량은 물론 차량 출입 정보 확인과 스마트 가전 조작까지 가능하다. 나아가 ‘V2X(Vehicle to Everytihing)’ 기술로 자동차를 도시 전체를 연결하고, 스마트 기기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스마트 시티’에 대한 비전도 공유했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는 개인이 더 안전하게 첨단 기술을 누릴 수 있도록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며 ‘착한 기술’을 추구할 것”이라고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라스베이거스=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