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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스웨덴의 목요 클럽



스웨덴은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선진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달러에 육박하는 부자 나라인 데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수식이 어울리듯 생애 전 주기에 걸쳐 복지제도가 촘촘하게 짜여져 있다. 세계가 부러워할 복지국가를 이룬 밑바탕에는 높은 사회적 신뢰가 자리잡고 있다. 스웨덴이 원래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좌우 정치세력이 사사건건 대립하고 파업이 잦을 정도로 사회 갈등이 심한 나라였지만 지속적인 소통 노력을 통해 상생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1946년 총리에 올라 23년을 재임한 타게 엘란데르(1901~1985)가 주도한 ‘목요 클럽’이 그 씨앗이었다.

사회민주당 소속의 엘란데르 총리는 사민당이 추구하는 복지국가를 달성하려면 국민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낼 소통의 장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한 그는 매주 목요일 총리 관저 등에서 만찬을 열고 재계 주요 인사, 노조 대표자, 우파 정치인 등 다양한 인사들을 초대해 얘기를 나눴다. 정치·사회 이슈들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고 이견을 좁히며 신뢰를 다져간 끝에 파업 종식 및 임금인상 자제, 연대임금제 도입, 재계의 투자 확대 등 복지국가의 기틀이 된 많은 사회적 합의들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목요 클럽을 언급했다. 정 후보자는 “우리 정치가 대결과 적대의 갈등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스웨덴의 안정과 발전의 밑거름이 된 ‘목요 클럽’과 같은 대화 모델을 되살려 각 정당과 각계각층의 대표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겠다”고 밝혔다. 총리가 되면 정기적인 소통의 장을 만들어 협치를 모색하겠다고 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극심한 정치적 대립과 사회 갈등에 빠져 새로운 도약의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통을 통해 갈등을 풀고 공동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상생의 문화 회복이 절실하다. 진정한 소통은 상대를 존중하고 나만 옳다는 아집을 버릴 때 비로소 가능하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내 몫을 양보할 수 있다는 자세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노사정위원회에 이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대화기구를 가동했지만 의미있는 성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내 것은 움켜쥐고 상대의 양보만을 요구하기 때문일 게다. 목요 클럽과 같은 협치와 상생의 모델을 우리는 언제쯤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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