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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속 세상] 올겨울에도 먼길 마다않고 ‘귀한 손님’이 오셨네

지난 12월 4일 천연기념물 제201호인 큰고니가 이른 아침 충남 서산 천수만에서 날아가고 있다. 흔히 백조라 불리는 큰고니는 천수만을 찾는 겨울 철새 중 무게가 가장 많이 나간다. 이들은 해뜰 무렵과 해질 무렵에만 잠깐 날고 나머지 시간은 물에 떠 있다.
 
댕기물떼새들이 강원도 강릉 남대천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머리 뒤에 돌출된 검은 깃을 가지고 있으며 크기는 약 30㎝다.
 
황새들이 충남 서산 천수만에서 월동을 하고 있다. 황새는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매년 20여 마리가 천수만을 찾는다.
 
흰꼬리수리 한 마리가 지난 12월 3일 강원도 강릉 남대천에서 하늘을 날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243호인 흰꼬리수리는 대형 수리종으로 양날개를 편 길이는 2m가 넘는다.


4000㎞. 큰고니가 겨울을 나기 위해 비행하는 거리다. 지구 둘레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거리를 큰고니들은 겨울마다 이동한다. 화려해 보이는 날갯짓 뒤에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감춰져 있는 것이다.

큰고니들이 시베리아에서 20여일을 날아 도착한 곳은 한반도 서쪽의 대형 간척지인 천수만. 이곳은 1987년 완공된 간척사업으로 형성됐다. 과거 갯벌이던 천수만은 현재 대단위 농경지로 변해 있다. 큰고니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24종과 멸종위기종 30여종을 포함해 215종 약 15만 개체의 조류가 이곳에서 겨울을 보낸다. 천수만이 한반도 최대의 철새도래지가 된 것은 풍부한 먹이와 지리적 여건 때문이다.

겨울 철새의 진객이라 불리는 황새 또한 천수만을 찾는다. 황새는 국제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천연기념물 제199호다. 매년 20여 마리가 이곳에서 월동한다. 예부터 길조로 여겨진 황새는 최근 활발한 복원운동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강원도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의 철새도래지는 서해안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동해안에서 월동하는 철새들은 길을 잃은 새일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들은 그 수가 적고 기운도 많이 빠져 있는 상태로 한반도에 도착한다. 물수리와 흰꼬리수리의 일부 개체가 주로 여기서 겨울을 보낸다.

충남 서산버드랜드 한성우 주무관은 “한국을 찾는 겨울 철새 개체수는 조금씩 늘고 있지만 지역별 변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서식지 주변 개발과 먹이 상황에 따라 철새들이 지내는 곳이 바뀌고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수만·남대천=사진·글 김지훈 기자 da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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