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는 두 번 죽는다. 첫 번째 죽음은 춤을 그만둘 때로 이 죽음이 훨씬 고통스럽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의 전설적인 무용수 마사 그레이엄(1894~1991)이 남긴 명언을 모티브로 한 신곡을 발표했다. 제목은 ‘블랙 스완(Black Swan)’. 흑조(黑鳥)를 가리키는 이 단어는 예술가로서 BTS의 마음 깊은 곳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의미한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뮤지션들은) 음악을 하면 할수록 음악이 감동이나 떨림을 주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겪게 되는데, 그럴 때일수록 음악밖에 없다는 사실도 역설적으로 깨닫게 된다”고 이 곡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실제로 신곡은 메시지만큼이나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를 풍긴다. 블랙 스완은 몽환적인 사운드 위에 내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려는 철학적인 가사가 차례로 포개지는 구성을 띠고 있다. “심장이 뛰지 않는대/ 더는 음악을 들을 때/…/ 이게 나를 더 못 울린다면/ 내 가슴을 더 떨리게 못 한다면/ 어쩜 이렇게 한 번 죽겠지 아마.”
블랙 스완은 지난 17일 오후 6시 공개되자마자 지구촌 곳곳을 뒤흔들었다. 소속사에 따르면 이 노래는 역대 K팝 노래 중에서는 가장 많은 93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BTS의 전작인 ‘맵 오브 더 솔:페르소나(MAP OF THE SOUL:PERSONA)’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의 경우 발표 당시 67개국 톱 송 차트에서만 정상에 올랐었다. BTS는 신곡 발표와 함께 슬로베니아 현대무용팀 ‘엠엔(MN) 댄스 컴퍼니’의 근사한 안무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한 ‘아트 필름’도 공개했는데, 영상에서는 무용수 7명이 역경을 딛고 탄생하는 흑조의 형상을 그려내고 있다.
알려졌다시피 블랙 스완은 다음 달 21일 BTS가 내놓을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7(MAP OF THE SOUL:7)’에 담길 노래 중 하나다. BTS가 음반 발표를 앞두고 이른바 선공개곡을 내놓은 것은 블랙 스완이 처음이다. 앨범은 지난 9일 예약판매가 시작된 뒤 일주일 만에 선주문량이 342만장을 넘어설 정도로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BTS는 오는 28일(현지시간) 미국 CBS 인기 토크쇼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The Late Late Show with James Corden)’에 출연해 블랙 스완 무대를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BTS는 이 밖에도 활동 재개를 앞두고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 22명과 5개 도시에서 전시 프로젝트를 여는 등 대대적인 컴백 프로젝트도 가동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