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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몸살기 있고 띠 모양 물집 돋으면 바로 병원 찾으세요

설 명절 스트레스와 피로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다. 음식 준비 등으로 무리하게 일하는 폐경기 전후 주부들이 고위험군이다. 대상포진은 허리나 가슴 등에 물집을 동반한 붉은 발진(원안)이 돋는 게 특징이다. 클립아트코리아




첫 발생률보다 재발률 높아
폐경기 전후 여성 최다 발병
50세부턴 백신 접종 고려를


50대 주부 A씨는 다가오는 설이 벌써 두렵다. 지난해 설 연휴에 대상포진에 걸려 꽤나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음식 준비와 손님맞이를 하느라 무리하게 일을 한 탓이 컸다. 연휴 후에도 욱신거리는 통증이 계속됐지만 명절증후군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대상포진 치료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을 놓쳤다. 더구나 당시 의사로부터 면역력이 약해지면 대상포진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터러 올해도 걱정이 앞선다.

대상포진은 명절 전후 주의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 자료(2017년 추석 기준)에 따르면 대상포진은 명절 연휴기간 병원을 찾는 주요 질병 7위(4036명)에 올랐다. 이보다 상위 질환들이 장염이나 상처, 두드러기, 피부염증, 화상 등 대부분 외부 자극에 의한 것들임을 감안하면 면역력 저하로 생긴 질환 중에서는 대상포진이 가장 많았다. 명절 전후 받게 되는 스트레스와 피로, 장거리 운전, 무리한 가사노동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을 겪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대상포진은 명절증후군과 초기 증상을 혼동하기 십상이다. 으슬으슬한 몸살기와 함께 피부에 띠 모양의 수포(물집)가 돋으면 지체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병명 진단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더욱이 대상포진을 한번 앓고 난 후 재발도 잦아 결코 안심해선 안 된다.

대상포진은 2~10세 때 수두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치료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몸속 신경절에 계속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생긴다.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과 띠 모양의 수포가 특징이다. 가슴 목 옆구리 등 몸통의 한쪽에 주로 나타난다.

그런데 대한의학회지(JKMS) 최신호에 발표된 국내 연구논문을 보면 대상포진의 첫 발생률보다 재발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박영민 교수팀과 경기도 광명 새하얀피부과의원 공동 연구진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20세 이상 남녀 약 75만명을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의 최초 발병은 연간 1000명 중 5.1명꼴인 데 반해 재발률은 1000명 중 12명에 달했다.

대상포진의 재발 위험은 처음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의 통증 정도나 기간, 성별, 병력 등에 따라 차이가 났다. 처음 발병 시 통증이 심했던 환자에서 1.2배,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합병증으로 겪었던 환자에게서 2.3배 이상 재발 위험이 높았다. 또 연령이 높을수록, 여성일수록, 동반질환(혈액암, 고지혈증, 고혈압 등)이 있을수록 재발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대상포진에 걸린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거나 특히 심한 통증과 신경통이 남았던 경우 재발 예방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대상포진의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은 경우도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만 50세 이상 중장년층이거나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 폐경기 전후 여성, 대상포진 가족력이 있는 사람들이 고위험군에 해당된다.

미국 연구에 의하면 65세 이상 2형당뇨(성인 당뇨) 환자의 대상포진 발병 위험은 같은 연령대 일반인보다 3.12배 높았다. 또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재발성 대상포진 환자의 16%가 당뇨를 앓고 있었다.

폐경기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면역력이 약해져 대상포진에 취약하다. 실제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8년간(2010~2017년) 매해 폐경기 전후 50대 중년 여성이 대상포진 발병 환자 수 1위를 차지했다.

가족력도 위험 요인이다. 부모나 형제 자매가 대상포진에 걸렸을 때 자신의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4.9배 높고 촌수와 관계없이는 최대 6.2배 증가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비슷한 생활습관과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대상포진에 따른 통증은 산통이나 수술 후 통증보다 심한 걸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통증의 왕’으로 불린다. 통증 못지않게 다양한 합병증도 고통스럽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뇌졸중과 심근경색 위험이 각각 1.9배, 1.6배 높아진다.

특히 얼굴 등 안면부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경우라면 더 심각하다. 각·결막염, 녹내장 등 눈 질환은 물론 뇌졸중 위험은 4.28배 높고 치매 발생 위험도 2.9배 증가한다.

또 대상포진 후 가장 흔히 겪는 합병증인 신경통은 피부 증상이 사라지더라도 1~6개월까지 지속된다. 이로 인해 만성피로와 수면장애, 식욕부진, 우울증 등으로 이어져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대상포진 예방과 재발 방지를 위해선 우선 면역력 약화를 초래하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체력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대상포진 예방백신 접종도 고려하는 게 좋다. 현재 국내에 2종류의 백신(MSD의 조스타박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이 나와 있다. 만 50세부터 접종 가능하며 접종 4주 뒤부터 효과가 나타난다. 평생 1회 접종으로 50대의 경우 70%, 60대는 64%의 예방효과를 얻는다는 임상연구가 있다. 또 백신 접종 후 대상포진에 걸리더라도 증상이 가볍고 합병증인 신경통 가능성을 67% 줄이는 걸로 나타났다. 대상포진에 이미 걸렸던 사람들도 치료 후 최소 6~12개월 지나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평복 교수는 20일 “설 연휴 스트레스와 피로, 힘든 가사일 등은 면역력을 떨어뜨려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다”면서 “특히 대상포진을 이미 경험했거나 만 50세 이상, 당뇨 환자, 폐경기 여성, 가족 중에 대상포진에 걸린 사람이 있는 등 고위험군이라면 백신 접종 등 적극적인 예방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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