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로 임기 4년차를 시작한다. 오는 11월 재선에 성공하면 그는 5년 더 백악관에서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남은 임기는 1년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년 임기 중 가장 비판적인 평가를 받는 분야는 외교정책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강압적(strong-arm) 외교정책이 미국의 적들은 물론 동맹들과도 긴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과격주의 접근(maximalist approach)’은 트럼프 행정부 외교정책의 특징이다. 그의 정책은 단기적으로 승리를 거두기도 했지만 스스로를 올가미에 빠뜨리기도 했다. 대표적인 게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잃게 만들고 미국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초반에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으로 불렸던 3인방이 있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다. 경험이 많은 이들은 대통령의 성향을 제어하면서 안정감을 불어넣는 균형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떠났고 빈자리는 예스맨들이 채웠다. WP는 지난 13일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예스맨들의 대표적인 결정으로 이란 군부지도자 가셈 솔레이마니 제거작전을 꼽았다. 매티스 전 국방장관만 있었어도 이 작전은 실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4년차가 된 트럼프 대통령의 자신감도 거칠 것 없는 외교정책의 배경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공직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지만 백악관에서 3년을 지내면서 자신감이 크게 강화됐다.
대표적인 예가 주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결정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경고했으나 미국에 대한 공격은 없었다. WP는 “이런 경험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문제에 대해선 참모들의 전망이 항상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조언을 묵살해도 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을 감싸고 있는 예스맨들이 대통령의 직감을 제어하는 데 소극적인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유럽과의 관계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앞서 미국은 독일·프랑스·영국 정부에 대이란 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했고, 이후 세 나라는 이란 핵 합의 분쟁절차 착수를 선언했다. 하지만 WP에 따르면 이들 3국은 분쟁절차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가 미국이 위협하자 오히려 이를 뒤엎으려 했다. ‘워싱턴의 애완견’으로 비쳐질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제레미 샤피로 유럽외교협회 조사국장은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의 외교술을 상실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동맹의 본질은 위협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해법을 찾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지난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한국은 부양 대상(defendent)이 아닌 동맹’이라는 제목으로 실은 공동 기고문도 문제 삼았다. WP는 “이런 대화는 전국적인 신문을 통해 알리기보다 비공개로 막후에서 나눌 대화”라고 꼬집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 담당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왜 동맹을 가져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그는 동맹을 마치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며 미국에 아부해야 하는 마피아 파트너처럼 대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