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주인공을 꿈꾸다] KT 토종 에이스… “커쇼처럼 선한 영향력 끼치고 싶어”

KT 위즈 배제성이 최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윤성호 기자
 
지난해 12월 2일에 열린 2019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 시상식에서 기량발전상을 수상한 뒤 시상자인 이대호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뉴시스


우완 투수 배제성(24)은 지난해 프로야구 막내구단 KT 위즈 돌풍의 주역이었다. 5월 중순부터 붙박이 선발 자리를 꿰찼음에도 KT 국내 선발 최초로 10승을 올리며 팀이 창단 후 처음 5강 다툼에 나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발전 가능성뿐 아니라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처럼 선한 영향력을 펼치겠다”는 훌륭한 심성을 갖춘 그를 최근 홈구장인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만났다.

배제성은 지난해 하반기에 눈부셨다. 8월 14일부터 다섯 번 선발 등판해 단 2점만 내주고 전승을 거뒀다. 수준급 투수의 기준인 3점대 평균자책점(3.76)도 달성했다. 이로 인해 기량발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배제성은 “시즌을 치를수록 노하우가 쌓였다”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서 맘이 편해져 경기가 잘 풀려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배제성은 2018시즌 직후부터 이강철 당시 신임 KT 감독의 눈길을 끈 원석이었다. 이 감독은 배제성의 공을 보자마자 “저런 투수는 당장 써봐야 한다”고 극찬했다고 한다.

지난시즌 괄목할만한 발전을 보인 것은 새 구종으로 장착한 체인지업이었다. 150㎞ 가까운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던 배제성에게 효과적인 무기가 됐다. 배제성은 “솔직히 자신이 없었는데 포수 (장)성우 형의 조언으로 던졌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아직 완성된 구질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빠른 공 계열만 던지다 체인지업을 던지니 정말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이제 배제성은 명실상부한 팀의 토종 에이스로서 2020시즌을 맞는다. “1군에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우리 팀에는 어리고 좋은 투수들이 많다”고 겸손해했다. 이어 “올해는 나에 대한 분석도 많이 됐을 것이고, 타자들이 내가 체인지업을 던진다는 것도 알고 나올 것이니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올 시즌은 규정이닝을 꼭 채우고 싶다”고 밝혔다.

야구 외에 관심이 없을만한 젊은 나이지만 의외로 속이 깊은 선수다. 그는 롤모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스스럼없이 독실한 신앙심과 선행으로 유명한 커쇼를 꼽았다. 본인도 기독교 신자인 배제성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면서 경기장 밖에서도 남에게 귀감이 되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님과 누나가 봉사활동을 자주 다니시는데 매우 보람차 하시더라”며 “나 또한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낼 뿐만 아니라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쥐띠 배제성은 2020년 경자년을 맞아 더 큰 도약을 꿈꾼다. 배제성은 “올해가 쥐의 해인만큼 좋은 기운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런 점에서 올림픽 출전은 그에게 좋은 목표가 되고 있다.

“아직 태극 마크를 달아본 적이 없다”며 다소 쑥스러워하던 배제성은 그러나 금세 진지해지며 “‘뽑을까’ 고민될 정도가 아니라 ‘무조건 뽑는다’는 말이 나올 만큼 내가 잘하는 게 우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내심 대표팀 승선에 대한 꿈이 없지 않음을 내비친 것이다. 당찬 영건인 배제성이 팀의 첫 가을야구 진출과 자신의 첫 국가대표 선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가정은 섣부르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배제성이 지난해의 성적과 잠재력만 이어간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원=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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