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코로나(corona)바이러스는 외형에서 이름을 따왔다. 전자현미경으로 바이러스를 관찰하면 둥글고 납작한 몸체 가장자리에 뾰족뾰족한 못들이 돌출해 있는 왕관 모양이다. 코로나는 라틴어로 왕관을 의미한다.
2002년 11월 중국 광둥성에서 첫 환자가 확인됐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32개국으로 퍼져나가 8300명가량을 감염시켰고 775명을 숨지게 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2015년 중동 지역에서 발생해 27개국 2468명이 감염돼 이 중 851명이 사망했다. 두 전염병 모두 코로나바이러스가 병원체였다.
치명적 바이러스는 재난 영화의 대표적 소재다. 1995년 볼프강 페터젠 감독의 ‘아웃브레이크’는 아프리카 자이르에서 원숭이를 매개로 발생한 치사율 100%의 유행성출혈열을 그렸다. 최근에는 바이러스 창궐로 인한 인류 종말을 주제로 한 영화가 대세다. ‘월드워Z’ ‘레지던트 이블’ ‘12몽키스’ ‘둠스데이’뿐 아니라 ‘부산행’도 바이러스 좀비 영화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컨테이젼’은 감염자가 만졌던 물건에 접촉만 해도 전염되는 강력한 바이러스 때문에 인간사회가 붕괴되는 모습을 그렸다.
이 영화는 질병의 첫 발생지를 홍콩으로 설정했고, 최초 감염원을 야생 박쥐의 변을 먹고 자란 돼지를 맨손으로 조리한 요리사로 그렸다. 중국의 인구밀도가 높고 기후가 다양할 뿐 아니라 식문화가 다채로운 점에 주목한 듯하다. 질병 통제나 보건 관리가 상대적으로 허술하다고 보는 할리우드의 시각도 반영됐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변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새 전염병이 발생했다. 해산물 외에 가금류 뱀 박쥐 등이 판매되는 화난(華南)수산시장이 발원지로 추정된다. 우한 폐렴의 경우 사스처럼 중국의 초동 조치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 전염병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다가 세계 여러 곳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설 연휴가 다 돼서야 우한에 대한 진출입 통제를 시작했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건 다양한 변이와 복제력 때문이다. 인류가 수백만의 변종을 막아내더라도 치명적이고 확산력이 뛰어난 단 하나를 막지 못하면 멸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증세가 감기 정도고 건강한 사람에겐 큰 영향이 없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대충 대처할 일이 아니다.
김의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