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동메달 땄는데 기록은 깨라고 있는 거니까. 꼭 깨고 싶어요.”
‘금의환향’한 김학범(60) 감독이 2020 도쿄올림픽 목표에 대해 상기된 얼굴로 자신감 있게 말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 대표팀이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6전 전승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사상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세계 최초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도 세웠다.
‘무결점 우승’을 축하하기 위해 이날 입국장엔 많은 팬들이 몰려 선수단을 기다렸다. 대표팀 주장 이상민(울산)을 직접 보기 위해 응원 문구를 적은 플래카드까지 만들어온 팬들도 있었다.
우한 폐렴의 위험성 때문에 선수들은 하나같이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이를 벗어낸 선수들의 얼굴엔 밝은 미소가 깃들어 있었다.
팬들은 선수들이 입국장을 나오자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대한축구협회에서도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전무 등 관계자들이 총출동해 선수들에 대표팀 응원 머플러를 걸어주며 치하했다.
김 감독은 이어진 인터뷰에서 “아무래도 우승이라는 건 좋은 것 같다. 선수들과 힘을 합쳐 얻어낸 우승이라 더 값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특별히 화제가 됐던 건 ‘로테이션 축구’였다. 한국은 6경기 동안 선발 명단만 29명을 바꾸며 사실상 주전과 비주전의 구분 없이 경기에 나섰다.
김 감독은 “무더위에 3일 간격으로 경기가 있었고, 호텔과 훈련장의 거리도 멀었다. 일정이 힘들어 로테이션을 하지 않으면 안 됐다”며 “특출난 선수는 없어도 열심히 하는 선수가 많았고, 어느 누가 나가도 지지 않겠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과감한 로테이션의 이유를 밝혔다.
대표팀은 이제 올림픽에 대비해야 한다. 최종엔트리엔 18명(골키퍼 2명 포함)의 선수만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 중 와일드카드(24세 이상 선수)도 3장까지 쓸 수 있다. 이번 대회 23명의 선수 중 최대 8명까지 올림픽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올림픽 대표팀)선발 기준은 정하지 않겠다. 필요한 자원이면 게임을 못 뛰어도 얼마든 데려갈 수 있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를 뽑겠다”며 “우리나라 모든 선수가 와일드카드 후보다. 4월 20일(본선 조추첨) 이후 같은 조 분석을 끝낸 뒤 가장 골치아픈 부분을 메울 포지션을 보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들에겐 부상 안 당하고 게임 많이 뛰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선수들도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주장 이상민은 “목표를 이뤄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저희들 또한 (동메달 이상 따겠다는) 감독님 생각과 같다. 같은 목표를 갖고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표팀의 장점에 대해선 “선수들의 개성이 뚜렷하고 스타일이 제각각인데 그럼에도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희생정신을 보여줬다”며 “원팀으로서 시너지를 내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밝혔다.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원두재는 “제가 받을 거라 생각 못했는데 호명돼 얼떨떨했다”며 “감독님께서 목표를 말씀하셨으면 당연히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노력하겠다”고 김 감독에 대한 믿음을 밝혔다.
인천공항=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