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철학과 메시지, 현대미술에 담다

5개국에서 약 석 달간 개최되는 ‘초연결’ 글로벌 전시 ‘커넥트, BTS’의 서울 버전이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전시에 나온 영국 작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그린, 옐로, 핑크’. 전시는 3월 20일까지. 주최측 제공
 
한국 작가 강이연의 ‘비욘드 더 씬’. 주최측 제공


“해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한국에 가면 저희도 빨리 전시를 보고 싶네요.”

28일 낮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 지하 2층. 세계 최정상의 아이돌스타 방탄소년단(BTS)이 ‘협업’하는 글로벌 전시 프로젝트 ‘커넥트, BTS’ 서울 버전이 막 공개됐다. BTS 멤버 7명은 영상을 통해 인사했다. 전시는 지난 14일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한국 서울, 미국 뉴욕 등 5개국 주요 도시에서 22명의 글로벌 작가들이 참여해 석 달에 걸쳐 진행된다. 서울 전시에는 영국 작가 앤 베로니카 얀센스(64)와 한국 작가 강이연(38) 2명이 선정됐다. 얀센스는 빛과 안개를 이용한 설치 작품 ‘로즈’와 ‘그린, 옐로, 핑크’를 내놓았다. 둘 다 ‘안개’를 뿌려놓은 공간 안에서 걸으며 안개의 가면 뒤에 숨어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게 뭔지 돌아보게 하는 설치 작품이다.

한국 작가로 유일하게 참여한 강이연씨는 전시장에도 나왔다. 그는 “아미(BTS 팬클럽)를 보며 뭉클한 순간이 있었다. 작품을 제작하며 연령에선 19세에서 61세까지, 직업에선 마트 캐셔에서 뱅커까지 다양한 아미들을 만났다”며 “방탄소년단이 그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걸 보고 미술이 하지 못하는 그들이 힘이 뭔가 궁금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출품작 ‘비욘드 더 씬’은 방탄소년단의 안무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7명의 퍼포머가 흰 천 뒤에서 펼치는 퍼포먼스의 흔적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번 글로벌 전시는 순수 미술과 대중음악 간 협업의 새 역사를 썼다. 물론 이런 협업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한국에서도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이 지드래곤과 협업한 전시 ‘피스마이너스원’을 개최했다. 당시 지드래곤의 컬렉션을 보여주고, 그의 음악 세계를 해석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도 다양성의 아이콘인 방탄소년단의 철학을 미술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방탄소년단이 갖는 세계화한 파워, 이에 걸맞게 진행된 글로벌한 전시 규모다. BTS를 매개로 전 세계 5개국이 ‘초연결’된 역대급 전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전시 규모를 1000만 파운드(약 153억원)로 추정하기도 했다. 참여한 작가·미술 기관·기획자 등도 세계 현대미술 현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뉴욕 전시의 영국 조각가 앤서니 곰리(70), 아르헨티나 전시의 아르헨티나 출신 설치작가 토마스 사라세노(47) 등 글로벌 스타 작가들이 포진했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은 뭘 협력했을까. 총괄기획자인 이대형 디렉터(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감독·현대차 아트디렉터)는 “지난해 여름 방시혁 빅히트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 미래의 예술의 존재 방식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BTS가 전시 방향성, 작가 선정 등에 참여했다”고 했다. 작가와 화상 통화로 인터뷰를 하고, 목소리 도슨트로도 참여했다. 빅히트와 BTS 멤버들이 전시 비용의 상당 부분을 댄 것으로 전해진다.

가장 큰 기여는 BTS가 갖는 파워 그 자체로 보인다. 서펜타인 갤러리 큐레이터들은 “지금까지 없던 일이 벌어졌다. 전시장에 들어오는 관객층의 색깔이 달라졌다”고 놀라워했다고 한다. BTS의 힘으로 음악과 미술, 디지털과 아날로그, 글로벌과 로컬, 인간과 자연이 연결되는 새로운 연대를 추구하는 전시다. 제목이 ‘커넥트, BTS’인 이유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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