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랭킹 2위 세르비아의 ‘무결점 테크니션’ 노박 조코비치(33)가 ‘황제’ 로저 페더러(39·3위)와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두며 8번째 호주오픈 결승에 진출했다.
조코비치는 30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남자 단식 4강전에서 페더러를 세트 스코어 3대 0(7-6<7-1> 6-4 6-3)으로 제압했다. 다음 달 2일 도미니크 팀(27·5위)과 알렉산더 즈베레프(23·7위)의 승자와 결승전을 치른다.
둘의 통산 50번째 맞대결은 뜻밖의 ‘원사이드’ 경기로 펼쳐졌다. 초반만 해도 페더러가 맹렬히 밀어붙였다. 페더러는 1세트에 예리한 서브를 앞세워 5-2까지 단숨에 달아나 기선제압에 성공한 듯 했다. 하지만 이후 조코비치가 페더러의 서브 게임을 막아내며 기세가 살아났고 5-5 동점까지 만들었다. 결국 조코비치는 1세트 타이브레이크를 따내며 주도권을 가져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페더러는 1세트를 마치고 메디컬 타임을 보낸 뒤 급격히 움직임이 둔해졌다. 이 틈에 조코비치는 나머지 두 세트를 따내고 낙승했다. 조코비치는 페더러와 통산 전적에서 27승 23패의 우위를 이어가게 됐다. 페더러는 32강과 8강전에서 풀세트 접전을 벌이면서도 노련함을 바탕으로 승리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끝내 조코비치를 넘지 못하며 세월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조코비치는 ‘빅3’인 ‘페나조(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중 유일하게 결승까지 생존했다. 현재 분위기상 조코비치의 우승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코비치는 얀 레나드 스트루프(30·37위)를 3대 1로 이긴 1라운드를 제외하면 단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고 손쉽게 결승까지 올라왔다. 여기에 팀과 즈베레프보다 결승까지 하루를 더 쉰다. 조코비치가 30대의 나이지만 체력을 비축할 여유가 충분하다.
더욱이 호주오픈은 조코비치의 앞마당이나 다름없다. 디펜딩챔피언이기도 한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최다인 7회 우승자다. 이번 대회에 우승하면 최다승이 8회로 늘어난다. 게다가 호주오픈 결승전에서의 승률은 100%다. 우승 시 랭킹 1위로 복귀하는 점도 그의 승부욕을 자극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열린 여자 단식 4강전에서는 소피아 케닌(22·15위)과 가르비녜 무구루사(27·32위)가 각각 애슐리 바티(24·1위)와 시모나 할렙(29·3위)을 2대 0으로 잡아내고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케닌은 생애 첫 메이저 대회 결승에 올랐다.
김철오 이동환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