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태 이후 여러 인간 군상이 등장하고 있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같은 방역물품을 매점매석하거나 터무니없이 값을 올린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남의 곤경을 돕지는 못할망정 불행을 조장해 돈을 버는 것은 양심에 반한다. 시민들의 불안감에 편승해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확산시키는 행태도 ‘공공의 적’이다. 본인에게는 재미있거나 팔로어가 느는 이득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사회 전체의 신뢰 체계를 붕괴시키는 반사회적 행위다.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를 헤집고 다니는 감염의심자의 무신경은 엄청난 민폐다. 자가격리 명령에 응하지 않아도 3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막을 도리가 없다는데 법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공중시설이나 대중교통 안에서 연신 기침을 해대면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뻔뻔한 경우도 있다. 남의 입장은 염두에 두지 않는 자기과신형 꼴불견이다.
반면 미담도 많다. 바이러스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 우한에 남은 교민들은 상부상조하면서 역경을 극복하고 있다. 현지 한인회는 자체 무료진료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의사인 교민이 무료진료를 약속했다고 한다. 우한 총영사관의 이광호 부총영사를 비롯한 직원들은 대부분 우한에 남아 교민을 돌보고 있다. 교민 후송작업이 1차로 마무리된 직후 “본부에 이륙 전문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습니다”는 글을 올렸던 우한의 영사는 다음 달 만료 예정인 임기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산과 진천 주민들도 박수를 받을 만하다. 두 지역이 우한 교민 수용지로 지정된 직후 주민들은 트랙터와 경운기 등을 동원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틀 만에 긴 회의를 거쳐 정부 결정을 받아들이는 성숙함을 보였다. 수용시설 입구에는 ‘우한 형제님들, 생거진천에서 편히 쉬어가십시오’라는 등의 현수막이 걸렸다. SNS에서는 ‘We are Asan(우리가 아산이다)’이라는 표어를 내건 환영 캠페인도 벌어졌다.
사람의 됨됨이는 곤경에 처했을 때 제대로 드러난다. 사회의 성숙도는 위기 시 구성원들의 행태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인류애와 연대를 통해 사회적 재난에 대처하자는 성명을 5일 발표했다. 그래도 우리 사회엔 양심불량이나 꼴불견보다는 양심적이고 의연한 편에 서는 이들이 더 많지 싶다.
김의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