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부의 부정부패와 비리 등을 외부에 폭로하는 사람을 내부 고발자라고 한다. 영어로는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다. 호루라기를 불어 위험을 알리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내부 비리는 짬짜미로 이뤄지기 때문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정을 잘 아는 내부자의 증언이 필요한 이유다. 내부 고발자 중에는 정부기관이나 기업 등의 불법행위를 들춰내 잘못을 바로잡고 이를 통해 공익 확대와 공동체의 건강성 회복에 기여한 이들이 많다. 마크 펠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의 배후를 언론에 알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이끌어냈다. 미국 에너지·통신 기업 엔론의 셰런 왓킨스 부사장은 2001년 자사의 대규모 회계부정을 폭로해 기업들의 부도덕한 경영 행태에 경종을 울렸다. 1990년 감사원과 재벌의 유착 비리를 제보한 이문옥 전 감사관과 보안사령부의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 92년 군 부재자투표 부정을 고발한 이지문 중위, 2007년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등도 용기 있는 내부 고발로 민주화를 앞당기고 정부와 기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을 환기시킨 인물들이다.
‘의로운 내부 고발자’ ‘우한의 영웅’ 등으로 불린 중국 의사 리원량이 지난 7일 새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 코로나)이 악화돼 숨졌다. 그는 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을 최초로 알린 의사였다. 지난해 12월 30일 우한중심병원에 입원한 환자 여러 명이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동료 의사들과 함께 SNS를 통해 위험 상황을 전파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그를 괴담 유포자로 몰아 자술서를 쓰게 하고 기소해 입을 막았다. 뒤늦게 명예를 회복했지만 신종 코로나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태였고 그도 진료 도중 감염됐다. 중국 당국이 리원량의 경고에 귀를 열고 발빠르게 방역에 나섰다면 전 세계를 공포와 혼란에 빠트린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내부 경고를 무시한 대가가 너무 엄청나다.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