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 작은 서점에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 수업이 진행되었던 지난 수요일, 집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다.
그날 수강생들은 지난주 과제였던 ‘물건을 소재로 삼아 쓴 짧은 글’을 제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인지 두 명의 수강생이 ‘마스크’를 소재로 삼은 소설을 써왔다. 그들의 글에서 마스크는 공포를 뜻하는 것이기도 했고 아직 잊지 못한 연인의 흔적이기도 했다.
나는 마스크를 보면 한 친구가 떠오른다. 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이사를 자주 다녀야 했던 그는 학창시절 마스크에 관련된 나쁜 기억을 갖고 있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에만 두 번의 전학을 했다. 두 번째 학교에서 친구들은 그를 무리에 끼워주지 않았다. 단순히 끼워주지 않는 정도가 아니었다. 따돌림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고 한 번은 큰 상처를 받았다.
학교 식당에서 그가 같은 반 친구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다 같이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썼다. 모두 같은 흰색 마스크였던 것을 보면 따돌림을 주도한 학생이 마스크를 여러 개 가져온 것 같았다. 그들은 그를 전염병 취급한 것이다. 고작 그런 일로 상처받을 그가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시간을 견뎠다. 학교를 졸업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는 길을 가다가 고꾸라질 뻔했다. 한쪽 골목에서 무리지은 학생들이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튀어나오는데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오래전 기억이 바이러스처럼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튀어나와서 그를 공포로 몰아넣은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번화가 한복판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사람들이 착용한 마스크를 오래도록 쳐다봤다. 공포와 배제, 떠나간 연인의 흔적이기도 한 마스크를.
김의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