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한국영화의 저력



며칠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하는 장면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상당히 고전적으로 들리지만 내 취미는 영화 감상이다. 영화광까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지 않았던 시기는 한 번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매달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집에서도 영화를 즐겨 본다. 처음 극장에 가본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여름방학이 되어 집에서만 보내고 있던 내게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오빠는 좋은 곳에 데려가준다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그때 본 영화는 ‘슈퍼맨 2’였다. 하늘을 나는 망토를 걸친 슈퍼맨만큼이나 처음 가 본 극장 안은 생경하면서도 신기했다. 더운 바깥과 달리 극장 안의 공기는 서늘하고 청량감이 느껴졌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혼자서 극장에 가서 매주 영화를 보았다. 그때부터 공식적인 나의 취미는 영화 감상이 되었다.

당시 한국영화는 방화라고 불렸다. 외국영화가 아닌 국내에서 만든 영화를 뜻하는 말이었다. 이 시기의 한국영화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주제로 제작되어 국내 관객을 수요로 하는 영화들이었다. 그래서 한국영화는 보지 않는다고 말하던 친구들도 주변에 있었다. 20대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극장가를 점령하다시피 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는 한국영화들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런 시간을 거치며 한국영화는 백년의 영화사를 이어나갔고, 고정된 틀을 깨는 다양한 시도 끝에 세계인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위치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한계를 정해두지 않고 이를 넘어서려 하며 한결같은 자세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많아서이지 않을까 싶다. 유수의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며 인정받게 되니 한없이 기쁘다. 저력을 보여준 영화인들에게 축하를 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좋은 한국영화들이 많이 나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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