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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블랙리스트 영화인들의 반전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박근혜정부 시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문화예술계 내 좌성향 세력 현황 및 고려사항’이란 2014년 만들어진 청와대 보고서에는 ‘봉준호-민노당 당원’이라고 적혀 있다. 봉 감독이 만든 영화에 대해서는 이렇게 기술돼 있다. ‘설국열차(2013년 작): 시장 경제를 부정하고 사회 저항 운동을 부추김. 괴물(2006년 작): 반미 정서와 정부의 무능을 부각해 국민의식을 좌경화. 살인의 추억(2003년 작): 공무원과 경찰을 비리 집단으로 묘사해 국민에게 부정적 인식 주입.’

봉 감독은 이명박정부 때부터 ‘좌파 문화예술인’ 명단에 올랐고 강성 좌파 성향으로 분류됐다. 봉 감독은 외신 인터뷰에서 “대단히 악몽 같은 기간이었다. 한국 예술가들이 블랙리스트 때문에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린 영화 ‘변호인’에 출연하는가 하면 세월호 관련 문화예술인 성명 발표에 참여한 것 등과 관련해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다. 기생충뿐만 아니라 변호인 등을 후원했던 CJ 이미경 부회장의 경우 2014년 퇴진 요구를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CJ그룹이 걱정된다. 이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당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 전 대통령 뜻이라며 이 부회장에게 퇴진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이 부회장을 매우 못마땅해 했다는 관련자 진술이 국정농단 사건 특검 조사 과정에서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보도에서 블랙리스트가 지금도 계속됐다면 기생충은 결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기생충을 빨갱이 영화라고 비난했던 점 등을 꼬집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자유한국당에서 대구가 고향인 봉 감독의 생가터 복원, 동상과 영화박물관 건립 등의 주장이 나오고 있다. 블랙리스트로 탄압할 때는 언제고 오스카상을 타니까 이제 와서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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