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美 대선 블룸버그 대망론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입지전적 인물이다. 투자은행 살로먼브러더스에서 해고된 뒤 1981년 퇴직금으로 블룸버그L.P.를 세웠다. 이 회사는 금융 전용 단말기와 회선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급 정보를 제공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금융업의 개념을 바꿔놓았다. 이후 통신사, 글로벌 TV네트워크, 라디오방송, 잡지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거대 미디어그룹이 됐다. 대주주인 블룸버그는 세계 14위 부호로, 순자산이 580억 달러(약 68조6000억원)에 이른다.

블룸버그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뒤늦게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번 더 임기를 수행하게 되면 미국은 결코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재선 저지가 핵심 출마 동기임을 밝힌 것이다. 블룸버그의 정치적 성향은 중도로 분류된다. 늦게 대선에 뛰어든 데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등 거물에 가려 그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하지만 아이오와 코커스, 뉴햄프셔 예비선거 등 초기 경선 이후 블룸버그에게 순풍이 불고 있다. 첫째는 같은 중도 후보였던 바이든의 추락이다. 바이든은 두 차례 모두 참패하면서 대세론에 큰 타격을 받았다. 바이든 추락의 최대 수혜자는 블룸버그일 것이다.

둘째는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이다. 지난 10일 퀴니피액대학 조사에서 블룸버그에 대한 흑인 지지율은 22%로 수직 상승했다. 샌더스(19%)까지 눌렀다. 3억 달러가 넘게 쏟아부은 정치 광고 홍수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강경 진보’ 샌더스 의원에 대한 민주당 주류의 우려와 견제도 강해지고 있다. 선전하고 있는 온건 진보 성향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의 경우 전국적 지명도가 낮은 데다 동성애자여서 흑인 등 비백인층에서 표의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 대망론의 지속성 여부는 그가 처음으로 경선에 참여하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에 가려질 것이다.

배병우 논설위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