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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짜파구리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라면은 신라면이었다. 그 뒤를 진라면 짜파게티 육개장 너구리가 이었다. 3위 짜파게티와 5위 너구리는 보통 라면보다 면이 굵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같이 끓여도 이질감이 적어서 짜파구리 조리법을 낳았다. 유래는 크게 세 가지 설이 있다. PC통신 시절 나우누리에 레시피가 소개됐다고도 하고, 1990년대 병영에서 군인들이 시도했다는 얘기도 있다. 제조사 농심이 계획적으로 퍼뜨렸다는(짜파게티와 너구리를 한꺼번에 팔 수 있으니까) 주장은 아무 근거가 없어 우스개 음모론에 가깝다. 군대 기원설은 나름 논리적인데, PX에 납품되는 짜파게티 물량이 적어서 한 개로 두 개 끓이는 효과를 내기 위해 개발됐다고 한다. 짜파게티와 너구리는 1984년과 1982년에 출시됐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두 라면의 DNA가 섞여 새로운 먹거리로 변이를 일으키기까지 약 10년이 걸린 셈이다.

다시 20년이 지나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찾아왔다. 2013년 예능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에서 취사병 출신 방송인 김성주가 짜파구리를 끓였다. 윤후란 아이가 그걸 너무 맛있게 먹어서 짜파게티·너구리 매출은 30%가 뛰었다. 짜파구리는 보통 짜파게티 스프와 너구리 스프를 1대 0.5 비율로 넣어 짠맛에 매운맛을 가미한다. 이를 차용해 경쟁사가 불타는짜장이라는 매운 짜장라면을 내놓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에 짜파구리 조리 과정을 등장시켰다. 가정부가 부잣집 아들을 위해 한우 채끝살을 얹어 내놓는다. 라면과 한우로 가난한 가족과 부유한 가족의 뒤엉킴을 비유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영화가 코미디에서 스릴러로 넘어가는 길목에 배치된 터라 더욱 관심을 끌었다. 아카데미 시상식 뒤 매출은 60%나 급증했고 농심은 인터넷에 11개 언어로 조리법을 소개했다. 다음 달 미국에서 짜파구리 완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 한다. 30년 전 호기심 많은 누군가의 시도가 대중화를 넘어 세계화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짜파구리의 여정은 마치 영화 같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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