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리메이크



과거를 돌아보지 않으려 애쓰지만 어쩔 수 없이 지난 기억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는 날이 있다. 카페에 흐르는 아이유의 리메이크 곡들 때문이었다. 십대, 이십대를 지나며 들었던 노래들이 감성이 풍부한 가수의 목소리로 귓가에 스며드니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놓고 음악에 취할 수밖에 없었다. ‘조용한 밤하늘에 아름다운 별빛이 멀리 있는 창가에도 소리 없이 비추고 한낮의 기억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꿈을 꾸듯 밤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요. 부드러운 노랫소리에 내 마음은 아이처럼 파란 추억의 바다로 뛰어가고 있네요. 깊은 밤 아름다운 그 시간은 이렇게 찾아와 마음을 물들이고 영원한 여름밤의 꿈을 기억하고 있어요.’

정작 그 시절에는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불렀던 노래인데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을수록 가사가 깊은 의미를 지닌 것 같았다. 어떤 노래는 한동안 일했던 카페에서 사장이 늘 틀어두었던 곡이었다. 그만 듣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지겹도록 들었던 노래였는데 오랜만에 들으니 반가웠다. 나도 모르게 그 노래를 작게 흥얼거렸다.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많은 일이 떠올랐다. 그 노래를 즐겨듣던 시절에 만났던 친구들, 그 당시 아르바이트했던 장소, 그 시절 가졌던 고민들이 떠오르면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 시절에 들었던 노래와는 분위기도 감성도 다른 리메이크 곡이기에 회상하기에 더욱 적합했다. 기억은 변질되기 마련이니까. 회상한다는 것은 그 일들이 이젠 멀어졌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회상한다는 것은 어떤 공간이, 시간이, 사람이 내게 사무쳤다는 뜻이다. 오래도록 잊고 있었던 기억들이 노래를 통해 되살아나 시간의 옷을 입고 재정의되기도 한다. 한 곡의 노래는 어쩌면 그 노래가 만들어지고 나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완성되는지도 모른다. 그 노래를 들으며 한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노래를 흥얼거리던 때를 회상하게 되는 그때에서야 비로소.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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