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C(Reserve Officers’ Training Corps)는 대학생들에게 군사교육을 실시해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시키는 제도다. 모병제 국가에서 긴급하게 징병제로 전환할 때를 대비해 예비역(reserve)장교를 미리 뽑아두는 게 원래 취지다. 미국의 경우 훈련받은 인원 중 95%는 임관과 동시에 예비역으로 전역한다.

우리나라 ROTC는 1961년 6월 1일 창설됐다. 서울대와 고려대 등 16개 대학에 육군 학도군사훈련단이 생긴 때다. 하지만 59년 한국해양대에 창설된 해군 제1001학생군사교육단이 실제론 최초다. 공군은 71년 항공대에 학군단이 처음으로 세워졌다. ROTC는 매년 4000명 이상의 초급 장교를 배출하고 있다. ROTC 창립 50주년인 2011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소위 임관자 가운데 80%가 학군 출신이며, 최전방 소대장 가운데 70%를 차지한다. ROTC중앙회 회원은 21만명이나 된다. 1기는 ROTC 출신 첫 4성 장군인 박세환 전 의원을 포함해 10명의 장군을 배출했다. 2기인 김진호 예비역 대장은 ROTC가 배출한 첫 합참의장이다. 중앙회 9대 회장을 지낸 고 엄삼탁 전 병무청장은 3기, 11대 회장인 차인태 전 MBC 아나운서는 5기다. 이밖에도 ROTC 출신들은 각계에 넓게 포진해 있다.

초기에 ROTC는 흙수저 출신이 등록금 없이 대학을 다닐 수 있는 통로로 각광을 받았지만, 캠퍼스 병영화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때 채용과 승진 등에서 득을 보기도 했지만 특혜가 줄어들면서 인기가 떨어지다가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지원자들이 다시 급증했다.

국방부가 춘천교육대학교 ROTC를 내년 2월 폐지키로 결정했다. 이제 전국 10개 교육대학 중 자체 학군단을 가진 곳은 경인교대 한 곳뿐이라고 한다. 병사들의 복무기간이 18개월로 준 반면 ROTC 장교는 28개월(육군)을 복무해야 하므로 고용이 거의 보장된 교대생들에게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2010년 숙명여대를 비롯한 7개 대학에 최초로 여성 ROTC 선발을 허용했던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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