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사랑의교회 박용배(62) 목사의 하루해는 짧다. 목회와 함께 탈북자 구출과 보호운동에 바쁘기 때문이다. 탈북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급히 달려가는, 일명 ‘5분 대기조’다. 박 목사는 그간 500여명의 탈북자를 구출했다. 몸이 아픈 탈북자의 병원 수술비도 대고 있다. 탈북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도 운영한다. 지난 19일 인천 서구 담지로에 있는 이 교회 세미나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이 얼마나 불안한 삶을 사는 줄 아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중국 내 탈북자들은 신분증이 없어 언제 북한으로 끌려갈지 모른다. 너무 불안하다. 제발 한국으로 데려가 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는다”고 설명했다.
탈북자에 대한 관심은 2007년 탈북자 예배를 인도한 것이 계기다. 이후 북한 복음화에 사명을 품은 탈북자 20여명을 신학교에 보내 목회자로 만들었다. 북·중 국경지대, 제3국 등에서 탈북자들과 성경공부를 진행한다.
이 중엔 인신매매로 팔렸다가 박 목사를 통해 구출된 탈북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신학을 공부해 목사안수를 받고 다른 탈북자를 그리스도의 제자 삼는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이런 탈북 목회자 100명을 세우는 것이다. 또 북한 땅에 문이 열렸을 때 100곳 이상 교회를 세우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지난해 송구영신예배 때 교인들은 북한의 각 시·군에 교회를 설립하겠다고 작정하고 헌금했다.
그의 삶은 절절했다. 네 살 때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과 극심한 가난 속에서 간신히 초등학교를 마쳤다. 이후 객지에 나와 중국집과 만두집, 호프집 종업원을 전전했다.
아버지와 세 명의 형은 모두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다. 술이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찍이 깨달았던 그는 절대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이런 다짐이 어릴 때부터 교회로 이끌며 하나님께 기도하게 만들었다. 하루 종일 노동하며 힘든 생활이 계속됐지만 새벽기도회에 나가 간절히 하나님을 찾았다.
군대를 다녀온 24세 때 과수원집 외동딸과 결혼했다. 하지만 또다시 어려운 시험이 닥쳤다. 신부가 신혼 첫날부터 미래가 불투명한 자신과 결혼생활을 하지 않겠다고 버틴 것이다. 몇 달을 달래도 소용이 없었다. 낙심이 컸다. 농약을 마시고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 장모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장모는 “목회자가 됐으면 한다”고 권했고 결국 기도 가운데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됐다.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마쳤고 전문대와 신학대, 총신대 신학대학원(사당동)을 잇따라 졸업했다. 인천 부평 부개동 산동네에 교회를 개척했다. 소외계층에 라면, 연탄 등을 배달하는 빈민선교를 했다. 그러다가 “은과 금을 주지 말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주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전도자로 거듭났다.
복음 전도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정부종합제1청사와 2청사 직원, 신문사와 방송국 직원들에게 신앙상담과 설교말씀을 전했다. 청와대 및 TV연기자 신우회에서 예배와 성경공부를 인도했다. 전 세계 50여개국 70여개 도시에서 부흥회를 인도했다.
하나님은 그런 그에게 교회성장의 축복을 주셨다. 현재 인천 청라국제도시 교회당을 구입했다. 또 송도국제도시에 지교회를 세워 두 곳에서 열심히 목회 중이다. 이런 경험으로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고 있다. 세미나에서는 영성훈련을 통해 미자립을 벗어나도록 돕고 있다.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아로 자란 저를 하나님은 치유하셨고 다듬어 주셨습니다. 잘못된 고정관념과 스스로 만든 굴레 안에서 괴로워하고 힘들어할 때도 하나님은 감당할 힘을 주셨고요. 무엇보다 끊임없이 도전하게 하셨습니다. 지금 저는 행복한 전도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웃음)”
그는 아침에 눈 뜨면 “초심을 잃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릴 일만 생각한다. 올해 교회 표어는 ‘내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사 6:8)이다. 그는 “선교사들을 여러나라에 파송해 세계 복음화에 헌신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에 중요한 일은 다음세대를 키우는 일이다. 다음세대 육성에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한 손에는 십자가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북한 복음화의 깃발을 들고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아름다운 사역을 하는 게 저의 꿈이자 비전입니다.”
박 목사의 목소리에 힘이 솟는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