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꽉 막힌 것만큼 불편한 삶이 또 있을까? 봄엔 알레르기 비염, 여름엔 에어컨, 가을엔 큰 일교차, 겨울엔 춥고 건조한 날씨 때문에 코가 막힌다. 사계절 달라지는 주변 환경 때문에 코 편할 날이 없는 것이다.
얼굴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코는 외형적으로는 얼굴의 균형을 유지하고, 기능적으로는 냄새를 맡는 후각기관이자 공기가 드나드는 입구이다. 공기 중의 이물질을 1차로 걸러 우리 몸을 보호하는 일도 한다. 우리 몸에 정말 없어서는 안 될 부위가 바로 ‘코’다. 그런데도 우리는 정작 코 건강관리엔 좀 무심한 편인 듯하다. 어쩌다 코가 막히면 좀 불편하긴 해도 당장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습관이 계속되다 보면 사계절 내내 코 막힘에 시달리게 된다.
코 막힘은 거의 모든 코 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코감기이다. 코감기는 코 안쪽의 빈 공간인 비강의 점막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염증을 일으키고 붓는 병이다. 비강점막이 붓고 콧물도 많이 나오면서 코 막힘이 발생한다. 이런 코 막힘은 약물 치료와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보통 7~10일 내에 사라진다. 문제는 이 같은 치료에도 불구 3주 이상 코 막힘이 지속될 때다. 이때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여 적절한 처치가 필요하다.
만성 코 막힘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은 알레르기 비염과 같은 만성 비염이다. 만성 비염은 알레르기나 다른 자극(건조함, 큰 온도차, 대기 오염 등), 스프레이 약물의 오남용 등에 의한 염증으로 비강점막이 부은 상태다.
비갑개로 불리는 콧살이 만성적으로 부어서 코 막힘을 유발하는 비후성 비염, 콧속을 분리하는 칸막이 뼈의 휨 정도가 심해 숨길이 좁아지는 비중격만곡증, 비강과 연결된 부비동 속에 염증이 생기고 고름이 쌓이면서 콧물과 코 막힘을 유발하는 부비동염(축농증), 비강 점막의 염증성 조직이 물혹으로 자라는 코 물혹(비용) 등도 만성적으로 코 막힘을 일으킨다.
만성 코 막힘에 시달리면서도 이들 원인질환을 제거하지 않고 계속 방치하면 또 다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코가 막히면 두통이 생기고,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 기침이 난다. 코가 막히면 입으로 숨을 쉴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구강이 건조해져 입 냄새가 심해지고, 목감기에도 쉽게 걸리게 된다.
이 뿐만 아니라 냄새를 잘 못 맡게 되며, 잠잘 때 코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말할 때 코에서 공명현상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목소리가 달라질 수도 있다. 성장기 아이들은 성장과 학습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코 막힘이 생기면 즉시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최적의 개인맞춤 처방을 찾아 치료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코 막힘을 일으키는 질환은 대부분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충분한 약물 치료에도 코 막힘 증상이 계속될 때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적 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정도광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