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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질병관리본부장 정은경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 방역 당국의 활동을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 한국이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미국 영국 일본 언론 등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대구에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중대한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성실하고 차분한 대응이 호평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노란 점퍼를 입고 매일같이 브리핑하는 화장기 없는 얼굴은 갈수록 초췌해지고 있다. 바빠서 염색을 못해서인지, 고생해서인지 알 수 없으나 한 달 전에 비해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기자들이 더 이상 물을 게 없을 때까지 몇 시간이고 투명하게 브리핑하는 모습이 신뢰감과 안정감을 준다는 평가가 많다.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낙관론이 나올 때마다 그는 “변곡점을 맞거나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1965년생으로 서울대 의대에서 학사와 석사(보건학), 박사 학위(예방의학)를 받았다. 질병관리본부(질본) 전신인 국립보건원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한 뒤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본 만성질환과장·질병예방센터장·긴급상황센터장 등을 지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질본 질병예방센터장으로 일하며 많은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메르스 사태 종료 후 질본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많은 의사들이 징계를 받았고 그에게도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 징계를 받은 의사들 상당수가 질본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인사에 관여했던 여권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때 일하던 모습을 눈여겨 봤다가 발탁했다”고 말했다. 국장급에서 실장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차관급으로 승진한 것은 이례적이다. 첫 여성 질병관리본부장이기도 하다. 그는 설연휴 등에도 쉬지 못한 것은 물론 매 끼니를 거의 도시락 등으로 때우고 있다고 한다. 상황을 보니 계속 고생해야 할 것 같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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