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과 날숨만으로 아름다운 선율과 화음을 만들어내는 마법 같은 악기가 있다. 휴대도 간편하고 포크 재즈 블루스까지 다양한 연주가 가능하다. 청아한 음을 흘려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구슬픈 음을 토해내기도 하는 하모니카. 이 작은 악기로 사랑이라는 또 하나의 음을 빚어내는 이들이 있다.
지난달 찾아간 대구 달서구 송현동 별빛캠프 연습실에선 고향의 그리움이 묻어나는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연습에 한창인 대경상록하모니카 동아리 봉사단은 2014년 11월 창단됐다. 3명으로 출발해 현재는 21명으로 늘었다. 회원 대부분은 60~70대 교사와 행정공무원 퇴직자로 구성됐다. 모두 대경상록자원봉사단 아카데미에서 44시간 교육을 받고 심화 과정까지 통과한 실력파로 200곡 이상 연주가 가능하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대구파티마병원 5층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에서 암환자와 보호자들을 위해 하모니카 연주 봉사를 하고 있다. 벌써 5년째. 이 병원뿐 아니라 영남대의료원과 대구의 요양병원, 복지시설 등에서도 정기적으로 연주한다. 거리에서 버스킹을 할 때도 많다.
하모니카는 추억을 되살려주는 악기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강하지 않는 부드러운 소리를 내어 특히 어르신들이 좋아한다.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면서 폐활량을 키우는 데에도 좋다. 고령일수록 하모니카 연주를 익히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
43년 동안 교직 생활을 하고 퇴직한 박노보(70) 회장은 “작은 재능이 누군가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어서 감사한다. 회원 모두 퇴직 후가 오히려 바빠졌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웃에게 꿈과 행복을 주는 전도사 역할로 함께하는 삶을 살려 한다”고 말했다.
사진·글=최종학 선임기자 choij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