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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한국 비해 확진 적은 건 소극적 검사 덕”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긴급상황실. EPA연합뉴스


미국 426명, 일본 1846명, 한국 4만6127명. 26일 현재까지 집계된 3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누적 검사자 수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외신들은 그 이면에 놓인 한국 보건 당국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진단검사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국의 소극적 검사 탓에 코로나19의 실상이 가려져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함께 제기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미국에서 확인된 확진자 수가 적은 것은 총 검사 수량이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이 25일까지 코로나19 검사를 3만5000건 실시하는 동안 미국은 일본 정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데려온 자국민을 제외하면 검사를 426건밖에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57명이다.

WP는 최근 싱가포르를 다녀온 한 호흡기 환자의 사례를 들어 적극적 검사가 불가능한 미국의 현실을 지적했다. 의료진은 이 환자가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싱가포르를 다녀왔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 환자는 검사를 받을 수 없었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 검사 시행지침상 호흡기 증세 환자가 최근 중국을 다녀왔거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했다는 증거가 없을 경우 검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단검사가 가능한 의료기관도 제한적이다.

미 보건 당국은 25일 코로나19의 미국 내 전파를 기정사실화하고 휴교와 재택근무, 모임과 회의 취소 등 방법을 강구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과도한 경고가 투자자를 위축시킨다며 격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역시 코로나19 검사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사 기준이 까다로워 미국과 마찬가지로 검사 대상이 한정적이다. 일본의 코로나19 상담 및 진료 기준에 따르면 감기나 37.5도 이상의 발열이 4일(고령, 기저질환자, 임산부는 2일) 이상 지속돼야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중증환자를 대상으로만 코로나19 검사가 실시되고 있는 셈이다. 현지에서는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이라는 대형 국제행사를 앞두고 확진자 수가 늘고 있다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보이지 않기 위해 소극적인 검사 지침을 유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24일 트위터를 통해 “일본은 겨우 1500명 정도 검사했는데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승객을 빼고도 확진자가 146명이나 된다”며 “일본이 (바이러스의) 거대한 거점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국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보고는 매우 상세하다”며 “그들은 거의 2만명에 대한 검사를 실시했는데 상당한 진단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호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우한 전면 봉쇄 등 강압적 대응을 한 것과 다르게 한국 보건 당국은 비교적 열린 방식을 사용한 데 주목했다. NYT는 “도시 활동을 유지하되 감염경로는 밀착 감시하는 한국의 전략이 이번 위기를 수습할 수 있다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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