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격전을 치르고 있는 대구 영남대병원은 지난 26일부터 본관과 철골주차장 사이에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선별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검사 때처럼 자기 차를 몰고 컨테이너 박스로 된 임시진료소 앞에 도착하면 방호 장비를 착용한 의료진이 나와 문진과 체온 측정을 한 뒤 필요하면 검체를 채취한다. 이용자는 차창을 열고 의료진 지시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세종시도 같은 날 조치원읍 세종보건소에 이런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고양시가 같은 때 ‘안심카(Car) 선별진료소’라는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공용주차장에 설치했다.
드라이브 스루는 패스트푸드나 커피 프랜차이즈점에서 많이 도입한 서비스다. 1930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그랜드내셔널은행이 야간에 예금을 받기 위해 시작한 게 시초로 전해진다. 맥도날드의 첫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75년 애리조나주 포트후아추카 인근에서 차량 내 대기근무하는 병사들을 위해 등장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진료소에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한 것은 의료 행정의 혁신이라 부를 만하다. 자기 차에서 진료를 하므로 이용자끼리 감염이 일어날 우려가 현저히 감소했다. 확진도 되기 전 병실을 차지할 필요가 없다. 한 명 검사 때마다 진료실을 소독하던 불편이 사라지면서 진료 시간이 30분에서 10분으로 줄었다. 의료진의 방호복과 마스크가 절약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드라이브 스루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3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제안했다고 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도 다음 날 국회에서 열린 전문가 간담회에서 비슷한 제안을 했다. 영국방송 BBC의 서울특파원 로라 비커는 최근 트위터에 “대구에 있는 놀라운 의사들이 보내준 사진”이라며 영남대병원 드라이브 스루 사진을 소개한 다음 “얼마나 현명한 아이디어를 얼마나 빨리 적용한 것이냐”며 경탄했다고 한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요, 위기 속에 혁신이 나오는 법이다.
김의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