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판정 논란 끝에 디펜딩 챔피언 김연아(30·은퇴)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선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4)가 은퇴를 선언했다. 소치 이후 본업인 피겨스케이팅보다 방송 출연 등으로 시간을 보내던 소트니코바는 제대로 된 기량을 한 번도 보여주지 못한 채 빙판을 떠나게 됐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소트니코바는 2일(한국시간) 러시아 채널1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식적으로 선수 생활을 끝낸다고 발표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며 “스케이팅이 미치도록 그리워지겠지만, 불행하게도 프로 레벨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기엔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소트니코바는 소치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리던 김연아를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만 17세의 나이에 ‘피겨 여왕’을 누른 소트니코바는 러시아의 스타가 됐다. 이전까지 올림픽·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한 번도 메달을 딴 적 없다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첫 번째 여자 피겨 선수이자 러시아 최초의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챔피언이 됐기에 그럴 법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떠오른 스타는 전 세계적인 비판을 받아야 했다. 여자 싱글에서 219.11점에 그친 김연아에 무려 5.48점이나 앞선 224.59점을 받아서다. 소트니코바는 완벽한 연기를 펼친 김연아와는 달리 연기 중 회전수 부족, 착지 실수를 노출했다. 개최국 러시아의 입김 덕에 후한 점수를 받았다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었다. 심판 알라 셰코프세바(러시아)가 시상식 직후 소트니코바와 따로 만나 포옹을 건네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셰코프세바는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협회장의 부인이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곧바로 편파 판정과 심판진 구성 문제를 국제빙상연맹(ISU)에 제소했다. 하지만 ISU는 ‘가족이 심판으로 나선 것도 아니고 셰코프세바가 소트니코바를 포옹한 장소가 심판석을 밖에서 이뤄진 것이라 윤리 규정 위반이 아니다’며 소트니코바의 손을 들어줬다. 인터뷰를 마친 뒤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김연아의 모습만이 계속해서 회자됐다.
소트니코바는 올림픽 이후 피겨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5년 12월 러시아 피겨 챔피언십 6위가 빙판 위에서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대신 그는 뮤지컬, TV 프로그램 출연 등 ‘셀럽’으로서 활동을 이어갔다. 2017년 초 2018 평창동계올림픽 도전을 선언하고 훈련을 재개했지만 도핑 의혹을 받는 등 구설에 오른 뒤 부상 악화를 이유로 올림픽도 포기했다.
소트니코바는 최근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엔 공개되지 않은 병으로 수술을 받기도 한 그는 결국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