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잠시 멈춤



어제 친정엄마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통화하는 소리를 듣더니 아이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겠다면서 전화를 바꿔달라고 한다. 아이는 인사를 드리면서 주일마다 미사를 가시는데 요즘은 어떻게 하시냐고 여쭤본다. 엄마는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지 않고 생중계하는 미사를 방송으로 틀어놓고 집에서 참여한다고 하셨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일상에 여러 변화가 생겼다. 아이가 다니는 영어 학원은 이번 주부터 온라인 화상 수업을 시작했다. 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영상 회의가 가능한 프로그램을 통해 동시에 접속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으로 영상 수업을 하게 된 아이는 시작할 무렵에는 긴장하는 기색이었지만 얼마 안 가 금방 적응했다. 나는 사람들과 만나서 하던 스터디나 모임을 취소했고, 격일로 가던 운동을 홈트레이닝 방식으로 대체했다.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면대면으로 하던 일을 최대한 줄이는 것은 중요하다. 불편하고 쉽지 않은 일이며 많은 사람의 경제적 손실과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기 상황을 막는다는 더 큰 목적이 있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모두가 이러한 ‘잠시 멈춤’의 상황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생활이 가능한 이유는 디지털 세상이 도래하면서 접속만으로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연결망은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입하거나 회사 업무 수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동시 접속을 통해 온라인으로 수업이나 모임도 진행할 수 있다.

아날로그적 인간인지라 최근까지도 접속보다는 접촉의 삶을 선호해 왔다. 면대면을 하지 않고 여러 일을 진행하다 보니 그동안 사람들을 만나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눈 게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어느 때보다 모두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시기이다. 개개인이 협력하고 힘을 합쳐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다시 접촉의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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