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김범일 당시 대구시장과 박광태 광주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광주 지역 의료산업 공동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 체결식’이 열렸다. 두 광역시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을 놓고 지방자치단체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둘 중 어느 한 곳이 선정되면 의료 연구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합의했다. 박 시장은 이 협약에 ‘달빛동맹’이란 이름을 붙였다. 대구의 고유 지명인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딴 것이다. 달빛동맹은 고구려의 남진에 맞서기 위해 신라와 백제가 443년 맺은 나제동맹에 비견되기도 했다.
대구는 그해 8월 첨복단지로 선정됐고 이후 두 도시는 각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해 왔다. 양 지역 미혼남녀 만남 행사인 ‘달빛오작교’ 같은 민간교류가 잇따랐고, 2013년 3월에는 양 시장이 하루 동안 상대 지역에서 집무하기도 했다. 중앙정부도 동서 화합 지원에 나서 두 지역을 연결하는 왕복 2차선 88고속도로가 31년 만인 2015년 4~6차선으로 확장돼 광주-대구고속도로로 개명됐다. 지난해엔 518번 노선버스를 갖고 있던 대구시의 제안을 광주시가 받아들여 228번 버스를 신설했다. 2·28은 1960년 자유당 독재에 맞서 일어선 대구 고교생들의 시위다. 두 도시는 국제행사가 있거나 폭설 같은 어려움을 당하면 앞장서 손을 내밀었다.
이번엔 광주가 코로나19 집단 발병으로 고통 받는 대구를 보듬고 나섰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1일 대구의 경증 환자를 광주의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옮겨 치료하겠다는 특별담화를 발표했다. 이 시장은 대구를 “달빛동맹의 형제 도시”라고 불렀다. 광주시의사회도 의료진과 함께 성금과 체온계 등을 대구로 보냈다. 대구와 경북에는 기업들과 지자체들의 지원이 쇄도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 미스트롯 출신 가수 송가인, 방송인 유재석 같은 유명인들의 기부도 줄을 잇고 있다. 하나같이 감동적이지만 광주-대구의 환난상휼에는 달빛처럼 뭉클한 뭔가가 더 있는 듯하다.
김의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