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첫 승 일낸 임, 25위 찍었다

임성재가 2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에서 열린 2019-2020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 최종 4라운드 15번 홀에서 티샷의 궤적을 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임성재(22)가 남자골프 세계 랭킹 25위로 도약했다. 올 시즌 상금 랭킹의 경우 최상위권인 3위로 치솟았다. 지금의 기량을 유지하면 2020 도쿄올림픽 본선행은 물론이고 메달 가능성도 예상된다.

임성재는 3일(한국시간) 발표된 3월 1주차 남자골프 순위에서 평균 랭킹 포인트 3.6089점을 기록해 25위에 올랐다. 지난주 랭킹은 34위였다. 1주일 사이에 무려 8계단이나 약진했다. 2018-2019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입회한 뒤 최고 순위는 32위였다. 20위대 진입은 처음이다.

임성재는 전날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가든스 PGA 내셔널 챔피언스 코스에서 폐막한 PGA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투어 2년 차에 첫승을 신고하고 상금 126만 달러(약 15억원)를 수확했다. 그 결과로 올 시즌 상금 누적액을 322만468달러(약 38억4000만원)로 늘렸다. 상금 랭킹 3위에 해당한다.

임성재의 올림픽 본선행은 상당히 낙관적이다. 올림픽 골프 본선 진출권은 오는 6월 말 랭킹으로 결정된다. 남녀부에서 각각 60명이 출전하는데, 국가별로 2장씩 배분된다. 다만 세계 랭킹 15위 안에 있는 선수를 상당수 보유한 여자부의 한국, 남자부의 미국은 최대 4명까지 본선에 출전할 수 있다.

임성재의 랭킹은 국내 1위, 아시아 2위에 해당한다. 임성재와 함께 한국의 올림픽 주자로 거론되는 국내 2위 안병훈은 세계 랭킹 47위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올림픽 본선행 ‘커트라인’은 안병훈까지다.

임성재가 순위를 꾸준하게 올려 20위권 안으로 진입하면 더 큰 목표를 잡을 수 있다. 바로 올림픽 메달이다. 임성재의 올해 상승세는 세계 랭킹보다 상금 랭킹을 보면 한층 두드러진다.

남자골프 세계 랭킹은 최근 2년(104주)의 성적을 반영한다. 다만 기간마다 다른 가중치가 부여되는데, 최근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 가장 최근 13주의 성적은 100%로 인정되고, 그 이전의 성적은 주마다 92분의 1(약 1.09%) 비율로 감산된다. 반면 상금 랭킹은 올 시즌의 누적액만을 반영한다. 우승하지 못해도 꾸준하게 ‘톱5’ 혹은 ‘톱10’과 같은 상위권에 진입하면 상금 랭킹을 높일 수 있다.

임성재는 올해 자신의 최고 성적을 준우승·우승으로 점차 끌어올렸고, 그 결과로 상금 랭킹을 동반 상승시켰다. 올림픽 메달이 마냥 불가능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임성재의 앞에는 올 시즌 2승을 수확한 저스틴 토머스(421만4477달러·미국), 세계 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350만1990달러·북아일랜드)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를 우려한 톱랭커들의 이탈도 올림픽 판세에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랭킹 5위 더스틴 존슨(미국)은 이미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다. 존슨의 매니저 데이비드 윙클은 이날 미국 골프매체 골프위크에 “올림픽보다 PGA 투어 플레이오프 출전을 위해 전념할 계획”이라며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투어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윙클은 존슨의 불참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올림픽 개최지인 일본과 동아시아에서 확산되는 코로나19를 의식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존슨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당시에도 개최국 브라질에서 창궐한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존슨에서 시작된 톱랭커들의 ‘올림픽 보이콧’은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당시에도 랭킹 1위였던 매킬로이가 존슨과 같은 이유로 출전을 거부하면서 톱랭커의 보이콧 러시를 촉발했다. 그 결과로 올림픽 남자골프의 경쟁력이 다소 하락하면서 그해 랭킹을 15위에서 마감한 저스틴 로즈(영국)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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