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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 상처에 소금 뿌리지 말자



요즘 중국에 사는 우리 교민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중국 각지에서 한국발 항공편 승객들이 강제 격리되고, 중국 주민들이 한국인의 아파트 진입을 막아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는 소식 때문이다. 혹시 ‘한국인 차별’로 봉변이나 당하지 않을까 바깥출입도 꺼려지는 분위기다.

광둥성이나 장쑤성 난징시 등 입국 한국인들을 2주간 강제 격리하는 곳도 늘고 있다. 물론 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 전염병 위험 지역이 모두 대상이다. 안후이성에서는 중국인들이 한국인 거주 아파트 현관문을 각목으로 폐쇄하는 일도 있었다. 지금도 중국 곳곳에서 840여명의 한국인들이 지정된 호텔이나 자택에서 격리돼 함부로 밖에 나가지 못하는 ‘연금’ 상태에 있다. 광둥성 선전에서는 입국한 한국인의 집 앞에 CCTV를 설치해 관리하겠다는 아파트도 있다고 한다.

중국 각지에서 ‘한국인 경계’ 수위가 높아지자 “도와주고 뺨 맞는 격”이라는 푸념이 나온다. 우리 정부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최선을 다해 중국을 배려했다. 미국과 베트남 인도 등이 강력한 ‘중국발 입국금지’를 할 때도 우리는 후베이성만 입국금지 조치를 했다. 그런 배려 때문에 문재인정부는 온갖 뭇매를 맞고 있다. 우리는 가장 많은 구호물품과 성금을 중국에 보냈다. 그런데 중국은 자꾸 일본에만 고맙다고 해 한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도와주고도 좋은 소리 못 듣는 정부” “한국도 부족한데 중국에 마스크를 보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래서 중국을 도와줬는데 돌아오는 건 차별이라는 국민적 배신감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중국이 한국을 일부러 차별한다는 식의 과도한 적개심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중국도 한국의 정서를 감안해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와 각계가 중국의 방역에 귀중한 도움을 줬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 전날에는 “한국에서 들어오는 승객의 대다수는 중국인”이라며 한국인 전염병 도피설도 해명했다. 왕이 외교부장도 “한국이 보내준 도움을 마음에 새기겠다”고 했다. 과거와 달라진 태도다.

‘한국인 차별’이 아니라 “국적과 관계없는 조치”라는 중국의 해명도 그저 둘러대는 소리는 아니다. 중국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우한에 이어 후베이성 전체를 봉쇄했다. 우리라면 상상할 수 없는 조치다. 우리는 ‘대구 봉쇄’를 거론했다가 난리가 났다. 중국은 이미 3000명가량이 사망하는 등 중세 흑사병 같은 대유행병 공포에서 막 빠져나오는 상황이다. 그들이 느끼는 공포감도 알아줘야 한다.

한국에서 중국인 입국금지 요구가 되풀이되는 것도 안타깝다. 중국은 요즘 후베이성을 제외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명 안팎이다. 빗장을 걸면 중국에 분풀이는 되겠지만 효과가 있을까. 조기에 중국인 입국을 금지했다면 어땠을지는 나중에 다시 따져볼 일이다. 지금 자꾸 지나간 얘기하면 힘만 빠진다.

지금 우리가 겪은 전염병은 중국에 대한 적개심으로 이겨낼 수 없다. 우리는 사드 보복이란 트라우마를 깔고 중국을 이해하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코로나19가 확산될 때 일부 여론은 중국인의 고통보다는 빗장을 거는 데 관심을 쏟았고, 한국에서 전염병이 돌자 중국이 우리 뒤통수를 때린다고 분노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사드 당시와 지금 중국의 태도는 다르다. 모든 것을 ‘한국인 차별’로 보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한국과 중국 모두 서로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물론 지금은 중국이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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