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상담 시설인 콜센터는 1960년대 영국의 ‘버밍엄 프레스 앤드 메일’이라는 언론사가 독자 문의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처음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전 세계 기업들이 대고객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앞다퉈 도입했다. 1970년대부터 헤드셋이 보급되면서 작은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을 낀 젊은 여성들이 줄지어 앉아 통화하는 장면이 콜센터를 상징하는 모습이 됐다. 초창기 콜센터는 고객 전화를 받아 답변하는 역할이 컸지만 지금은 보험 판매처럼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품을 파는 경우도 많다.

1990년대 들면서 다국적 기업들은 콜센터를 임금이 싼 해외에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 영어 구사자가 많은 인도와 방글라데시, 필리핀 등이 각광을 받았다. 2009년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받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주인공도 영미계 기업의 인도 뭄바이 콜센터에서 차 심부름을 하는 청년이었다.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콜센터는 임금 착취와 장시간 노동 등으로 숱하게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현지 직원들은 미국이나 유럽의 낮 시간대에 맞춰 일하느라 건강이 나빠지거나 영미식 발음이 서툴다는 이유로 고객들한테 항의를 받기 일쑤였다.

우리나라에서 콜센터 직원들은 주로 감정노동자로서 겪는 사회적 문제로 주목을 받았다. 다짜고짜 화부터 내는 고객부터 욕설을 퍼붓거나 성희롱을 하는 사람까지 콜센터 직원들이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서울 구로구 콜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를 계기로 감정노동의 어려움에 더해 열악한 근무환경이 새삼 조명되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있고, 온종일 말을 해야 하는데 고객한테 안 들릴까봐 마스크를 벗고 일을 하다 보니 감염에 취약했다는 것이다. 다른 콜센터의 경우도 비정규직이 많고, 업무상 불이익 때문에 자가격리나 유급휴일 등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다. 서울시가 11일 감염병 예방 차원에서 콜센터 416곳에 대한 운영 현황 조사에 나섰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콜센터의 작업 환경이나 근무 형태 등도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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