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서른 닢에 예수를 로마에 팔아넘긴 가롯 유다는 배신의 아이콘이다. 자신을 아들처럼 아꼈던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암살한 마르쿠스 브루투스 또한 마찬가지다. 단테는 배신, 그중에서도 정치적 배신을 그 어떤 악행보다 죄악시했다. 단테는 ‘신곡’에서 지옥을 형벌의 정도에 따라 아홉 단계로 나눴는데 지옥의 왕 루시퍼가 지키고, 가장 무거운 형벌을 받는 9계(界)가 ‘배신지옥’이다. 단테는 여기서 영원히 차가운 얼음 속에 처박혀 신음하고 있는 유다와 브루투스를 본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전학련 의장 출신 김민석 전 의원은 전도양양한 정치인이었다. 86세대의 확고부동한 원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노무현을 떠나 정몽준 품에 안기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김민새’라는 여론의 조롱을 받으며 오랫동안 잊힌 존재가 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해 마침내 학수고대하던 21대 총선 출마의 길이 열렸으나 그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지는 물음표다.
유승민 의원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했다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박 대통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공공연하게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 호소했으나 외려 심판당하는 역풍을 맞았다. 박 대통령을 대신해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인사가 4년 후 다시 배신의 정치를 끝내겠다며 유 의원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는데 유 의원의 불출마로 멋쩍게 됐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결국 미래통합당 탈당과 함께 대구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경남 양산을 공천에서 배제된 뒤 “25년 정치 하며 처음으로 사람이 무섭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던 그였다. 어려울 때 당대표를 지내고 떠밀리시다시피 대통령 선거까지 나선 공을 이런 식으로 갚느냐는 울분일 게다. 주요 정당의 공천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제2, 제3의 홍준표가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진짜 배신자는 선거 때 온갖 알랑방귀로 환심을 산 뒤 금배지만 달면 깡그리 기억상실증에 걸려 잊어버리는 국회의원들이다.
이흥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