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다친 후 재활치료를 받다 보니, 평소 잘못된 습관과 태도가 몸에 불균형을 만들어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익숙한 자세로만 지내왔던 세월이 쌓이며 차곡차곡 병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현대인들은 구부정한 C자 자세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 복근과 허벅지뿐 아니라 등 근육까지 많이 망가져 있다고 한다. 그러니 목, 허리, 무릎, 발목과 같이 무게를 지탱하는 부위들에 통증과 이상이 자꾸 생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편하고 어색한, 평소에 하지 않던 움직임을 일부러라도 해서 몸의 균형을 맞춰야 한단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등과 옆구리의 근육을 생각하며 살아본 적이 거의 없었단 사실에 새삼 반성하게 된다.
현 상황으로 인해 10년째 맡고 있는 강의를 화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매년 같은 제목으로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던 익숙한 자료도 다시 한 번 더 꼼꼼히 보게 된다. 아마도 강의하는 마음가짐 또한 약간은 달라질 것 같다. 졸음과 이해의 수준을 학생들의 표정과 자세를 보며 눈 맞춤과 톤, 행동으로 강의 템포를 조절해 왔는데, 이런 것들이 불가능한 화상 환경에서는 어떻게 집중도를 이어나갈까 고민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쓰지 않던 뇌의 근육을 쓰는 것이니 불편해도 즐겁고 감사한 경험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직업이나 생활에서 부족하나마 관리자 위치에 서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모든 것에 타성에 젖은 채로 살았던 것은 아닌가 반성해본다. 익숙하고 편하다고 했던 습관적인 몸의 자세뿐 아니라 마음의 자세도 마찬가지다. 매번 으레 그러려니 하는 깊이 없는 생각의 방향은 마음도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게 하고, 결국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자신의 균형도 잃게 만든다. 나이가 들수록 노력이 없다면 몸의 근육도, 마음의 근육도 퇴화한다. 안 쓰던 근육을 쭈욱 펴고 내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위한 운동을 한다. 아직 거창한 운동은 못하더라도, 시작이 반이라는 변명을 슬쩍 걸치고서.
배승민 의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