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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심리적 거리 줄이기



출퇴근 때 버스를 두 번 갈아탄다. 하루 3시간 가까이 버스 안에 갇혀있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요즘 가장 부담스럽고 긴장되는 시간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 30~40명과 창문이 꽉 닫힌 밀집공간에 같이 있기 때문이다. 승객 중 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언제부턴가 옆좌석 사람과 가급적 접촉하지 않으려고 잔뜩 몸을 움츠리고 마스크를 꽉 눌러쓴 채 코로만 숨을 쉰다. 그나마 모든 승객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게 위안이다. 아직까지 버스나 지하철에서 집단감염됐다는 얘기가 없으니 다소 안도하면서도 늘 신경은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출근 후에는 가능한 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느라 평소보다 2배는 더 피곤하다. 대부분 직장인들의 일상이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가지 못하는 유아나 청소년들, 경로당에 가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점차 지쳐가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나 일반 가정주부들도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방역 당국은 실내 밀접 접촉으로 집단감염 사례가 이어지자 당분간은 계속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장하고 있다. 더이상 감염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당연한 조처다. 하지만 모든 사회적 활동 자체를 꺼리고 서로를 불신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회복할 수 없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집 주변이나 대중교통 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바이러스 숙주로 생각하고, 그동안 인간적 관계를 맺어온 이들을 모두 부담스럽게 생각하면 정상적인 사회 자체가 붕괴된다.

이번 사태는 생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시민 서로 간의 ‘심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져 자칫 더 큰마음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진 말아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심리적 거리는 더 가까이하도록 노력해야겠다. 꼭 필요한 만남, 기본적인 사회적 활동은 주저하지 말자. 다만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 등 서로가 스스로 책임지고 상대를 신뢰하도록 하면 된다. 만나지 못하면 서로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안부를 묻고 희망과 용기를 건네는 노력도 함께하자.

오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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