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시대’ 방과 방 연결… 단체응원가 새 길 찾은 뮤지션들

‘방-방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노래 ‘슈퍼스타’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뮤직비디오 캡처




나라가 어려울 때 국민에게 힘을 주는 노래가 만들어지곤 한다. 대표적인 작품이 1999년 제작된 ‘하나되어’. 당시 우리나라는 외환 보유고 급감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었다. 신승훈, 김현정, 엄정화, 조성모, H.O.T 등 인기가수 수십명이 부른 ‘하나되어’는 긍정적인 노랫말로 위축된 국민들을 격려했다. “그토록 힘들었던 지난 시련도 우리 하나되어 이겼어”라는 후렴처럼 우리는 서로 도우며 경제난을 훌륭하게 극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온 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는 지금도 ‘하나되어’ 같은 노래가 나올 법하다. 이런 이벤트, 자선의 성격을 띠는 노래는 음악팬들의 대대적인 관심을 끌어낼 목적으로 많은 인원을 불러들인다. 하지만 작금의 시국은 감염 확산을 막는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구하고 있다. 대면 접촉을 가급적 줄여야 하는 시기에 환기도 잘 안 되는 녹음 부스에 여럿이 들어가 노래를 부르는 일은 가수로서도 꺼려질 것이다. 아무리 뜻이 숭고해도 현재는 집단으로 노래를 내기가 쉽지 않다.

외부 활동 자제가 필요한 때에 이한철이 지난 16일 선보인 ‘방-방 프로젝트’는 단체 응원가 제작의 색다른 본보기가 된다. 음악인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던 그는 코로나19와 싸우는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힘을 주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최근 대다수가 집 안에서 지내는 날이 늘어났기에 방과 방을 잇는다는 의미로 ‘방-방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한철을 비롯해 MC 메타, 이상미, 커피소년, 신현희 등 뮤지션 18명은 각자의 공간에서 연주나 보컬을 녹음한 후 파일을 공유하며 노래를 완성했다. 뮤직비디오도 각각 따로 찍은 영상을 취합해 만들었다.

이들은 이한철이 2005년에 발표한 ‘슈퍼스타’를 리메이크했다. 신곡은 아니지만 시의적절한 선택이다. ‘슈퍼스타’는 한 음료 광고 CM송으로 쓰여 알려진 뒤 ‘국민 응원가’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괜찮아 잘 될 거야/ 우린 널 믿어 의심치 않아.” 밝은 멜로디에 실린 따스하고 희망찬 가사에 많은 이가 위로받고 용기를 얻었다. 이번 역시 여러 사람이 노랫말을 곱씹으면서 기운을 낼 듯하다. 음원 수익은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뮤지션들도 요즘 어려움에 처해 있다. 공연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이한철의 ‘방-방 프로젝트’는 자신들의 자리에서 퍼포먼스를 벌임으로써 상황을 타개하는 실마리를 제시했다. 또한 발전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단체 작품 개발의 신선한 방법을 찾았다. 무엇보다도 결속의 가치를 실현하고 온정을 전했다는 점이 뜻깊다. 난국을 유의미하고 슬기롭게 돌파하는 모범적 대안을 보여줬다.

한동윤(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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