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코로나19 대응의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면 이탈리아는 누구나 피하고 싶은 사례다. 미국과 유럽 언론들은 이탈리아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으며 “더 빠르고 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장 크게 지적되는 문제는 이탈리아 중앙정부와 지역정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그 예로 베페 살라 밀라노시장을 거론했다. NYT는 “살라 시장은 ‘밀라노는 멈추지 않는다’면서 폐쇄했던 밀라노대성당을 다시 열고, 사람들은 뛰쳐나갔다”면서 “같은 시기에 롬바르디아주 보건 당국자는 감염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아틸리아 폰타나 롬바르디아주지사는 “총리와 다른 지역 주지사들에게 확진자 수가 늘어 북부 지역의 병원 시스템이 무너질 위험이 있고,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했지만 번번이 무시당했다”면서 “정부는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지역경제에 지장을 줘선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미국에서도 비슷하게 벌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보 당국이 올 초부터 코로나19의 미국 내 대유행을 경고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듣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에게 ‘증상이 없다면 검사받으려고 하지 말라’고만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미국의 주지사들에게 더 강력한 대책을 쓰지 않으면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확신이 없고,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슈피겔은 이탈리아를 ‘미래 실험실’이라고 표현했다. 이탈리아 북부가 겪고 있는 최악의 상황을 남부의 티롤이나 시칠리아가 곧 겪게 될 수 있는데, 독일이 이들 지역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슈피겔은 “독일 정치인들은 ‘소극적인 롤모델’(이탈리아)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