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이다. 글로벌 금융의 중심인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11번가에 위치해 있다. 1792년 설립돼 1817년 공식 출범한 이래 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NYSE는 휴일과 주말을 제외하고 항시 문을 여는 곳이다. 하지만 역사적인 비상사태를 겪을 때는 잠시 심장이 멈춘 적도 있다.
최근 120년 동안 NYSE를 휴장하게 만든 첫 번째 사건은 전쟁이다. 1914년 7월 28일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대부분의 유럽 국가 증시가 폐쇄됐고 이 여파로 미국 증시가 폭락했다. 그러자 NYSE는 7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4개월여간 문을 걸어 잠갔다. 역사상 최장 휴장이다. 1939년 9월 제2차 대전이 터졌을 때는 전쟁 수혜국 전망으로 미 증시가 굳건하게 버텼다. 오히려 전쟁이 끝난 1945년 8월 15∼16일 전승기념 행사로 이틀간 휴장한다.
두 번째는 암살이다. 1963년 11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당일 투매를 막기 위해 2시간 조기 폐장한 데 이어 익거래일인 월요일에도 장례식 행사로 문을 닫았다. 세 번째는 테러. 미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불리는 2001년 9·11테러 때 4일간 문을 열지 않았다. 네 번째는 자연재해다. 초강력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동북부를 강타한 2012년 10월 안전사고를 우려해 이틀간 휴장했다.
1900년대 이후 불가피하게 하루 휴장한 경우는 수십 차례 되지만 연이틀 이상 문을 닫은 경우는 이처럼 드물다. 근데 그 심장을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위협하고 있다. 지난주 NYSE 객장 직원 2명이 확진자로 판명됨에 따라 23일(현지시간)부터는 중개인들이 구두로 호가를 부르는 오프라인 객장이 완전 폐쇄되고 모든 매매가 전자거래로만 이뤄지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세계 증시가 연일 폭락하자 일각에선 아예 거래 중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패닉 상태의 필리핀 증시는 세계 최초로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셧다운(폐쇄)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최선의 답은 무엇일까. 증시 셧다운일까, 시간이 약일까.
박정태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