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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꽃구경 자제령’



춘분도 지나고 완연한 봄이다. 봄은 꽃의 계절이다. 시인 오세영은 ‘봄’에서 “흩날리는 목련꽃 그늘 아래서/봄은/피곤에 지친 춘향이/낮잠을 든 사이에 온다”고 했다. 어디 목련뿐이랴. 광양의 매화, 구례의 산수유, 진해의 벚꽃…. 해마다 이쯤이면 봄의 전령들이 저마다 고운 자태를 다툰다.

꽃구경은 봄놀이의 백미다. 조선시대 문신 정극인은 상춘곡(賞春曲)에서 석양에 핀 도화행화(桃花杏花), 세우중(細雨中)의 녹양방초(綠楊芳草)를 보고 “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 물아일체이니 흥이 다를소냐”며 봄 풍경을 예찬했다. 봄 경치를 즐기러 나온 사람, 상춘객은 상춘곡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지만 창경원 벚꽃놀이는 몰려드는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창경궁 복원으로 창경원 벚꽃놀이가 사라지면서 진해 군항제가 벚꽃축제의 대명사가 됐다. 이후 군항제를 본뜬 광양 매화축제, 구례 산수유축제 같은 봄꽃축제가 곳곳에 생겨나 수많은 이들을 유혹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한 사람의 상춘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에 열을 올렸다.

올해 상황은 다르다. 계획했던 축제를 줄줄이 취소하고 “제발 오지 말라” 통사정한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서다. 그런데도 이름난 꽃구경 명소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바이러스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자 꽃이라도 보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바람을 쐬러 나섰을 게다. 하지만 구례로 꽃구경 갔던 60대 부부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에서 보듯 치유하러 나선 여행이 자칫 병을 옮기거나 병에 감염되는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정세균 총리가 ‘봄 햇살을 즐기는 것을 넘어 꽃구경에 인파가 몰리는 것’을 우려한 까닭이다. 봄은 내년에도 온다. 광양의 매화, 구례의 산수유, 진해의 벚꽃은 내년에도 어김없이 흐드러지게 필 터이다. 아쉽고 속상하더라도 올봄 꽃구경은 집안 화분으로 대신하는 게 나와 공동체를 위해서 좋겠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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