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탓 사상 최초로 올림픽 연기… 아베·바흐 “내년 개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밤 도쿄 총리관저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2020년 도쿄올림픽 연기 문제를 전화로 논의한 후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기자들이 기다리는 밖으로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와 바흐 위원장은 이날 전화회담을 통해 오는 7월 도쿄올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의 연기가 확정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24일 전화회담을 통해 1년 정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IOC는 아베 총리와 바흐 위원장 간 전화통화 이후 긴급 이사회를 열어 도쿄올림픽 개최 시기를 논의했다.

아베 총리는 도쿄 총리관저에서 바흐 위원장과 전화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올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고, 바흐 의원장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 연기는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을 발휘하고, 관객이 안심하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제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1년 연기’는 세계 체육계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대안이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을 취소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바흐 위원장과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화회담에는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조직위원장,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패럴림픽 담당상이 동석했다. 아베 총리는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도쿄올림픽 연기 문제에 대해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도쿄올림픽은 오는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패럴림픽은 8월 25일부터 9월 6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IOC와 일본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지난 12일 이후에도 올림픽 강행론을 고수했지만 세계 각국과 체육계의 비판 여론에 고집을 꺾었다. IOC는 지난 22일 긴급 집행위원회를 연 뒤 “올림픽 연기를 포함한 세부 논의를 앞으로 4주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참석한 아베 총리도 “온전하게 경기를 치르기 어렵다면 연기는 하나의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IOC 전문가를 인용해 “수일 안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올림픽이 취소된 사례는 1916년 하계올림픽, 1940년과 1944년 동·하계 올림픽이 있었지만 연기는 도쿄올림픽이 처음이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이 여름 대회와 2년 간격을 두기 위해 2년 만에 열린 게 유일한 예외였다. 도쿄올림픽은 또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홀수 해에 열리는 올림픽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고이케 도지사는 이날 “도쿄올림픽이 2021년 열리더라도 2020 도쿄올림픽이라는 명칭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올림픽 연기만으로도 막대한 경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올림픽 시설의 유지·관리를 위한 대금과 인건비, 한시적으로 구성한 올림픽조직위원회 활동 자금은 연장되는 기간만큼 늘어난다. 숙소나 대중교통과 관련한 자원봉사자를 새롭게 모집하면서 발생할 추가 비용 등도 무시할 수 없다.

도쿄도 주오구 하루미에 건설된 올림픽 선수촌은 2023년 3월부터 주거시설로 전환돼 일반 입주가 시작된다. 올림픽 연기가 입주 지연으로 이어지면 보상 요구나 계약 취소가 속출할 수 있다. 입주 예정자의 손실은 일본 정부의 외면을 받아도 결국 사회적 비용으로 전환된다. 교과서를 포함한 각종 간행물을 다시 제작·인쇄하는 비용도 작지 않은 손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미야모토 가쓰히로 간사이대 명예교수는 올림픽 1년 연기에 따른 일본의 경제 손실을 6408억엔(약 7조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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