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중대’란 표현은 정치세력이 원칙 없이 다른 세력을 추종하거나 아류에 가까운 행보를 보일 때 쓰는 정치권 용어다. 정당의 정체성에 따라 독자성을 지키지 않고 주로 큰 세력을 따라가는 경우를 공격하는 말이다.
이 용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제5공화국 때다.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신군부는 유력 정치인들의 정치활동을 금지시킨 채 1981년 11대 총선에 나섰다. 여당인 민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고 민한당과 국민당이 제1, 2야당이 됐다. 당시 유치송 민한당 총재에 따르면 야당 총재들이 청와대에서 조찬을 할 때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야당 총재”라는 표현이 나오자 정색을 하며 “야당이 지금 어디 있습니까. 1·2·3당이지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때 야당은 창당에 정보 당국이 관여한 관제 성격이 강했다.
이때 ‘1·2·3중대’ 혹은 ‘1대대, 2중대, 3소대’란 말이 등장했고, 2중대는 여야 할 것 없이 타 정파를 공격할 때 자주 동원하는 어법이 됐다. 2중대는 큰 모욕감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이다. 2000년 김용갑 야당 의원이 여당을 북한 조선노동당의 2중대라고 공격하자 국회가 파행되는 파문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여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형제당’이란 표현을 썼다. “꼭 사돈을 만난 것 같다”고 반가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우희종 시민당 공동대표는 “더불어라는 성을 가진 집안의 종갓집을 찾아온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제1야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은 ‘위성 정당’이라 불린다. 여당은 한국당 창당을 ‘꼼수’라고 비판한다.
2중대나 위성 정당이나 정치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형제당, 사돈당, 종갓집당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전혀 기껍게 느끼지 않는다. 공당이라면 선거법의 허점을 노려서는 안 된다. 그런 길이 빤히 보이더라도 정도가 아니면 걷지 않는 게 옳다. 법을 탓하건, 남 탓을 하건 그런 길을 택한 저변에는 유권자들이 바른 선택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
김의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