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정당들이 보여주고 있는 구태가 목불인견이다.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막장 드라마는 늘상 봐오던 그림이지만 이번에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압권’은 거대 양당이 경쟁하듯 펼친 ‘의원 꿔주기’다. 통합당은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 20명을 빌려줬다. 민주당도 급조된 더불어시민당에 8명을 ‘파견’했다. 자당의 위성정당을 비례대표 투표용지 위칸에 올려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 데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다. 통합당은 후보 등록 마감일이 지나서도 의원을 보내 미래한국당을 원내 교섭단체로 만들어줬다. 30일 지급되는 선거보조금을 수십억원 더 챙길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사표(死票)를 줄이고 소수 정당의 원내 진출을 확대하자는 취지로 개정한 선거법을 거대 양당이 악용해 기득권을 오히려 더 강화하려는 꼼수를 부렸다.
국회의원은 국회의 구성원이면서 동시에 개개인이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그런 의원들을 장기판의 졸(卒)보다도 못하게 취급했고, 의원들은 동조해 스스로 권위를 허물었다. 헌법기관으로서의 책임감, 자존감은 말할 것도 없고 최소한의 염치마저 깡그리 내팽개쳤다. 동료 의원을 제명하려고 연 의원총회는 박수가 터져나올 정도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제명된 의원에게 ‘축하한다’는 덕담까지 건넸다고 하니,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2000년 새정치국민회의가 자유민주연합에 의원 4명을 빌려준 원조(元祖) 의원 꿔주기는 민주당과 통합당의 행태에 비하면 애교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당시 두 정당과 이적 의원들은 여소야대 지형에서 연립정부의 파트너를 교섭단체로 만들어 정국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총선 민의를 배신하고 정당정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두고두고 들어야 했다. 이번에는 명분도 구차하다. 반칙이든, 꼼수든 가리지 않고 의석수를 늘리겠다는 탐욕과 몰염치가 빚어낸 이전투구일 뿐이다. 거대 양당이 앞장서서 정치를, 선거를, 국회의원을, 유권자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라동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