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현대인의 잘못된 생활방식과 환경의 부산물이다. 대장암은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발병위험이 높아지는 대표적인 암이다.
대장암은 국내 발생 전체 암 중 13%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신규진단 환자가 남성은 15만6000여 명(15.2%)으로 위암에 이어 두 번째, 여성은 1만여 명(10.6%)으로 갑상선암과 유방암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이렇듯 대장암 환자가 많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보다 인스턴트식품과 고지방식품 위주로 우리들의 식습관이 변한 탓이다. 잘못된 식습관은 대장암 발병을 촉진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올바른 식습관 개선이 대장암 발병위험을 낮추는데 도움이 되는 이유다.
은평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김형진 교수의 도움말로 직장암을 중심으로 대장암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한대장항문학회와 대한의사협회 학술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8~2019년 성빈센트병원 대장암센터장을 역임했다. 또 2014~2015년, 미국 클리브랜드클리닉에서 대장암의 다학제 맞춤치료 및 직장암 수술 후 배변 기능에 대해 집중 연구하고 돌아와 국내 임상에 활용해 왔다.
◇직장암은= 대장의 끝, 결장과 항문을 연결하는 부위, 약 15㎝ 길이의 직장에 생기는 암이다. 대장은 소장에서 넘어온 음식물 찌꺼기에서 수분을 흡수한 후 직장에 모아두었다가 항문을 통해 대변 형태로 배설시키는 역할을 한다. 영양 성분의 소화 및 흡수보다는 생리적으로 불필요하거나 독성이 있는 노폐물을 최종적으로 처리하는 일이다.
직장은 각종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독성 노폐물이 모이는 곳이다. 그만큼 발암 위험도 여느 대장 부위보다 높다. 전체 대장암의 3분의2는 직장과 S상 결장(직장과 맞닿아 있고 S자 모양으로 생긴 결장의 끝 마디)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30% 가량이 상행결장, 횡행결장 맹장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원인은 크게 환경적인 요인과 유전적인 요인으로 나뉜다. 특히 육류 섭취량에 따라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 세포돌연변이의 여지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라도 식이섬유와 항산화성분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류를 많이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초기 증상 없어 조기 발견 어려워= 대장암은 부위에 따라 조금씩 다른 증상을 나타낸다. 발병 초기엔 특별한 증상이 없다. 이상 증상은 어느 정도 진행이 된 뒤에야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갑자기 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배변 횟수가 많아지는 등 배변 습관의 변화, 설사 또는 변비의 반복, 혈변 또는 점액성 변, 예전보다 가늘어진 변, 복통, 빈혈, 체중감소, 근력 감소 증상이 나타나면 대장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암이 발생한 대장의 부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어 증상만으로 암 혹은 기타 대장질환 여부를 감별하기란 힘든 일이다. 그래서 암 예방을 위해선 대변검사와 대장내시경을 이용한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발견 노력과 함께 붉은 색 고기 섭취 피하기, 녹황색 채소 자주 섭취하기 등 좋은 식습관 유지하기가 아주 중요하다.
◇50세 이후 정기검진 거르지 말아야= 대장암이 생겼는지 알아보는 검사로는 크게 분변잠혈반응 검사(대변검사)와 대장내시경 검사 두 가지가 있다.
대변검사는 대변 속에 암 덩어리로 인한 출혈 흔적, 즉 피가 섞여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는 검사다. 대장내시경 검사나 복부CT에 비해 정확도가 낮은 게 흠이긴 하지만, 번거롭지 않고 간단하게 1차 스크리닝 검사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 검사에서 양성인 경우 치핵이나 항문열상, 소화관궤양, 또는 암종이 의심된다. 특히 잠혈(대변 속에 피가 섞여 있는 경우)이 나타나면 좀 더 정확한 판정을 위해 대장내시경 및 조직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십이지장궤양, 궤양성대장염 등 궤양성 소화관 질환의 50~70%, 암종의 80~90%에서 잠혈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물론 한 번의 검사에서 음성(대변 속에 피가 섞이지 않음) 판정을 받았다고 해도 발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므로 되도록 1~2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초기에 발견 시 90%이상 완치 가능= 대장암의 30~40%를 차지하는 직장암 치료의 첫 번째 원칙은 ‘항문보존 수술적 절제’다.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는 보조적인 치료수단일 뿐이다.
최근에는 수술요법이 발달하여 항문에서 2~3㎝ 떨어진 부위에 생긴 직장암도 수술 전에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 요법을 먼저 시행한 후 괄약근 보존수술을 실시, 항문을 보존할 수 있게 됐다.
이 수술은 또한 대부분 복강경 또는 로봇을 이용한 최소침습(최소상처) 수술로 이뤄진다. 물론 암이 대장 점막 층에만 국한된 조기 암일 경우에는 내시경 시술만으로도 근치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외과, 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여러 전문가들이 다양한 치료 방법을 조합하여 개인맞춤 정밀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다학제 치료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그 결과 직장암의 재발률은 감소하고, 생존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조기발견 직장암은 수술로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고 진행단계에서 뒤늦게 발견된 직장암 환자들의 치료율(5년 생존율)도 70~80%에 이른다.
◇수술 후유증 전방절제증후군 줄여 삶의 질 높여야= 직장암 수술은 수술 후 배변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자면 수술 및 방사선 치료와 항암화학 요법을 모두 포함한 다학제 개인맞춤 치료가 필요하다. 항문을 보존해 인공항문 설치가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경도 써야 한다.
항문을 보존한 후에도 신경 쓸 일이 생긴다. 특히 ‘전방절제증후군’과 같은 수술 후유증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직장암 수술 환자의 삶의 질, 특히 여행이나 외부 활동, 직장생활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될 수 있어서다.
전방절제증후군이란 직장암 수술 후 발생하는 갖가지 배변기능장애 증상들을 가리킨다. 방귀를 참지 못하는 증상, 변실금, 갑자기 느낀 변의를 참을 수 없어 화장실로 뛰어가야 하는 급박변, 배변 횟수의 증가, 대변이 한 번에 나오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배출되는 증상 등이 있다.
직장암 수술의 어려움은 수술 중 완벽한 암 절제와 함께 직장 및 골반 내 신경을 동시에 모두 보호해야 하는 난관을 극복, 전방절제증후군 등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있다. 김 교수는 “실제 임상에서도 수술이 아주 잘 된 것 같은데도 수술 후 배변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환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어떤 경우에 전방절제증후군이 잘 생기는지, 또 막을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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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쿠키뉴스 대기자 elgi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