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객석과 홀로 무대에 선 뮤지션. 이들의 모습은 뜻밖에도 TV에서 흘러나왔다. 환호성 없는 공연장이었지만 화면은 어느 때보다 꽉 찼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콘서트·뮤지컬 등 각종 공연이 취소돼 낙심했을 아티스트와 팬을 동시에 위로한 상생 프로젝트로 ‘방구석 콘서트’를 기획했다.
지난 주에 이어 28일 방송된 ‘방구석 콘서트’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시간이 멈춘 공연계에 작은 위안을 선사했다. 무대와 관중이 사라진 아티스트와 공연을 고대했던 팬의 만남을 성사시켜준 것이다. 이날 방송에는 ‘공연의 신’ 이승환과 대세 밴드 ‘잔나비’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송가인은 신인가수 유산슬과 듀엣 신곡 ‘이별의 버스 정류장’을 최초로 공개했다. 레이블 AOMG 래퍼들도 무대로 올라와 분위기를 달궜다. 지난주 방송에는 가수 장범준, 지코를 비롯해 뮤지컬 ‘맘마미아’팀 등이 등장했었다.
특히 이승환의 무대는 감염병 시국에 큰 희망을 보여준 상징적인 무대라는 평이 나온다. 1년 내내 공연을 이어오던 이승환은 “지금까지 무관중 공연을 해본 적은 없는데 ‘슈퍼히어로’ 노래를 통해 희망과 응원을 드리고 싶다”며 “그 자리를 지키는 우리 모두 슈퍼히어로”라고 말했다. 그의 열창은 전국 각지에 있는 의료진에게 향했다. 화면에는 분투 중인 의료진 사진과 응원의 메시지가 더해졌다.
더욱이 ‘슈퍼 히어로’ 라이브 녹음 마스터링은 록밴드 ‘비틀즈’ 명곡 상당수를 음반으로 담아낸 영국 런던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예능에서 음악을 위해 해외에 마스터링 작업을 맡겼던 일은 전례없다.
제작진의 세심한 배려는 방송 곳곳에 묻어났다. 관객이 없는데도 스튜디오가 아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진행하면서 음악과 어우러지는 조명과 관객 볼거리를 위해 마련됐을 각종 무대 장치를 그대로 재현하도록 했다. 완성도 있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어 했을 아티스트의 마음을 담았고, 팬들에게는 공연을 보며 황홀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빈 객석 3000여곳에는 유산슬의 응원봉 ‘짬봉’이 자리했다. 관객의 환호는 없지만 팬들의 마음을 환한 불빛으로 대신했다. 무대의 숨은 주역인 앙상블과 스태프에게도 시선을 보냈다. 뮤지컬 ‘맘마미아’ 팀 앙상블 단원에게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무대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지만 주연과 조연에 밀려 관객에게는 기억되지 못했던 이들이었다. 이승환의 ‘슈퍼 히어로’ 무대가 시작할 때는 자막에 믹싱, 마스터링 엔지니어까지 공개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방구석 콘서트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역발상이 돋보인 기획”이라며 “공연을 보러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관객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아티스트를 매개해줬다”고 설명했다.
다음 주에도 방구석 콘서트는 계속된다. 처진 달팽이, 혁오 밴드, 이자람 그리고 영화 ‘기생충’으로 주가가 급상승한 배우 이정은이 출연하는 뮤지컬 ‘빨래’ 무대가 예고되면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