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으로 각국에서 의료장비 대란이 벌어지는 가운데 최근 대구의 한 중소기업이 열 번을 빨아도 기능이 유지되는 보호복 개발에 성공했다. 섬유 가공 업체 ‘영풍화성’이 주인공으로, 비말을 막고 습기는 빼는 데 더해 항균 기능까지 입힌 게 특징이다.
영풍화성은 네 아이를 둔 다둥이아빠이자 대구 토박이인 양성용(41) 대표가 5년째 이끌고 있다. 매출액 150억원대 지역 중소업체로, 양 대표는 대구에서 태어나 학사와 석·박사 모두 섬유공학을 공부한 ‘섬유 덕후’다.
양 대표는 지난 27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보호복 개발에 뛰어든 계기에 대해 “네 아이를 둔 아빠이자 대구 토박이로서 사태의 심각성과 지역의 아픔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며 “2018년부터 마스크에 들어가는 나노필터 관련 소재를 연구하고 있었기에 1월 중순쯤 다이텍연구소(대구의 섬유산업 전문생산기술연구원)와 공동으로 급히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과거 방사선 차폐복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 큰 도움이 됐다.
개발된 보호복은 기존 보호복이나 마스크에 쓰는 부직포 대신 폴리에스테르 직물을 사용한 게 특징이다. 양 대표는 “비말이 보호복을 뚫고 들어오지 않게 하고, 내부에 찬 습기는 곧장 밖으로 배출된다. 숨 쉬는 보호복인 셈”이라며 “특히 투습이 제대로 안 되면 심장 등 몸에 무리가 올 수 있는데 이 보호복은 그 위험성을 최소화했다. 항균 기능은 테스트에서 폐렴균을 99.9%까지 사멸시킨다는 성적서를 발급받은 상태”라고 자랑했다.
무엇보다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는 “열 번을 세탁해도 항균, 투습 기능이 유지된다”며 “가격도 1만원대로 책정한 상태라 일회용 보호복 구매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다만 보호복이 의료 방호복(레벨D)으로 개발된 것은 아니다. 일반 시민이나 병원 자원봉사자, 요양원 근무자 등의 필요 수준에 맞춰 개발됐다. 양 대표는 “테스트 결과 상하의 일체형 보호복을 입고 벗는 데 30초도 걸리지 않는다”며 “상의용은 바람막이를 입는 것이나 다름없이 쉽고 빠르게 착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벌써 국내 한 중견업체와 1주일에 20만벌의 보호복을 시장에 공급하는 협의가 마무리 단계다. 최종 성사되면 미주·유럽 등으로 수출길이 열린다. 지난 26일 독일의 한 지방정부에서도 회사로 제품 문의 연락을 해왔다. 영국, 스페인 쪽에서도 샘플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내달 초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검증이 진행 중이라는 양 대표는 “현재는 우선 지역 병원에 기부할 보호복을 생산하고 있다”며 “조만간 대구 지역 초등학교에 1000벌, 경북 안동병원에 200벌을 기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구가 겪는 고통을 직접 느끼며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수출에 앞장서서 대구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