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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따라 바람을 가르며 봄 내음 맡으러~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운길산역 인근에 조성된 ‘물의정원’을 드론으로 내려다본 모습. 북한강 물길 옆에 갈대 습지와 아치형 다리, 풀·나무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 등이 시원한 풍경을 펼쳐놓고 있다. 멀리 경의중앙선이 지나는 양수철교와 자전거 도로로 이용되는 북한강철교, 자동차도로인 양수대교 및 신양수대교가 차례로 북한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조안면 능내리 옛 중앙선 폐역인 능내역.
 
다산 유적지 내 정약용 생가인 여유당.
 
북한강철교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라이더.
 
팔당호 주변 다산길을 찾은 여행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야외에서 사람과의 접촉이 적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자전거 타기, 등산 등 ‘솔로(solo) 액티비티’가 대표적이다. 혼자서 다니는 데다 사람이 많지 않은 길을 다니기 때문에 코로나19의 감염요인과는 다소 떨어져 있다. 여기에 구경거리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수도권에서 자전거를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올 만한 곳으로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이 꼽힌다. 수도권 최초의 ‘슬로시티’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자연의 수려함과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년)의 정신을 느끼며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자전거길은 팔당역에서 시작해 팔당댐, 능내역, 다산 유적지, 물의정원 등을 지난다. 길은 중앙선 폐철로에 조성됐다. 팔당역에서 잠시 달리면 봉안터널이다. 260m 길이의 터널을 자전거로 달리는 재미가 색다르다. 터널을 지나면 팔당호의 시원스러운 풍경이 펼쳐진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팔당호 옆을 질주하면 가슴이 뻥 뚫린다.

팔당역에서 6㎞쯤 떨어진 곳에 능내역이 자리한다. 1956년 간이역으로 시작해 2008년 폐역된 자그마한 시골역이었다. 추억 속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 이곳은 52년 세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애환을 담았다. 폐역이 된 뒤 오히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핫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자전거길이 조성된 뒤 자전거 쉼터로 변신해 휴식과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해결하는 포인트로 애용되고 있다.

빨간 우체통이 인상적인 능내역 대기실은 옛 능내역의 추억이 담긴 빛바랜 사진들로 채워져 갤러리가 됐다. 고향의 사진관에서 교복과 교련복을 입고 찍은 사진들이다. 누렇게 퇴색된 흑백사진이 옛 추억을 소환한다. 바로 앞 철로 위에 멈춰 선 열차 한 량은 연꽃과 자전거로 꾸며진 열차 카페가 됐다.

인근에 다산 유적지가 있다. 조선말의 위대한 학자 다산 정약용이 태어난 곳이다. 다산의 생가인 ‘여유당’(與猶堂)을 비롯, 기념관 등이 조성돼 있다. 여유당은 1925년 대홍수로 유실된 것을 1986년에 다시 복원한 것이다. 생가 바로 뒤에는 소나무가 병풍처럼 아늑하게 감싸고 있는 다산의 묘가 있다.

생가 유적지 내 문화의 거리에는 다산의 저서를 형상화한 조형물과 다산이 발명한 거중기가 설치돼 있다. 무거운 물체를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는 거중기는 수원화성 축조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유적지 주변 다산길은 도보 여행길로 인기다. 13개 코스로 남양주 전역에 걸쳐 169.3㎞다.

자전거길을 따라 더 가면 북한강철교를 만난다. 춘천으로 이어지는 북한강자전거길과 충주 방면으로 내달리는 남한강자전거길이 갈라지는 곳이다. 북한강자전거길로 들어서면 바로 생태공원인 ‘물의정원’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물길 따라 자라난 풀·나무와 그 사이로 이어진 산책로가 한가롭게 어울린다. 강변을 따라 산책을 즐기다가 강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주변 풍경을 굽어보는 전망대, 갈대 습지가 어우러져 있다.

여행메모

팔당역·능내역에서 자전거 대여
다산 유적지 무료… 월요일 휴무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자전거길은 경의중앙선 팔당역 또는 운길산역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남양주시를 관통하는 경의중앙선은 전철 맨 뒤쪽에 자전거 칸이 따로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간다면 남양주시 와부읍 미음나루와 덕소 등을 거쳐 간다.

자가용을 이용한 뒤 자전거를 빌려도 된다. 자가 운전은 다산 유적지를 목적지로 한다. 팔당대교를 지나 양평 방면으로 가다 팔당역에서 우회전해 다산로를 따라가면 된다. 팔당역, 능내역 등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준다.

다산길은 코스에 구애받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선택하는 게 좋다. 나들이객을 위한 카페나 레스토랑들이 있어 차를 마시며 쉬어가기 좋다.

다산 유적지 입장료는 무료이며,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추석 당일은 휴무다.

남양주=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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