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교사절에게 한국은 일할 게 넘치는 나라다. 외교나 안보, 경제와 관련해 중요한 일이 많고 IT, 바이오를 비롯해 본받을 분야도 적지 않아 본국에 보고서를 많이 보내야 한다. 그런데 외교관들에 비해 몇 배는 더 힘든 게 서울 주재 외신기자들이다. 그들에게 한국은 그야말로 뉴스가 끊이지 않는 나라다. 북·미 협상이나 북한 인권, 미사일 발사와 같은 굵직굵직한 사안이 계속 터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두 달 사이에는 정말 새로운 차원의 한국발 뉴스로 눈코 뜰 새 없었다.
우선 2월 초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쓸자 일이 막 쏟아졌다. 상은 미국에서 받았지만, 한국의 반지하와 ‘흙수저 금수저’에 대한 관심이 폭증해서다. 일본 아사히신문과 영국 BBC방송 등은 서울의 반지하 생활에 대한 르포 기사까지 내보냈다. ‘기생충’에 이어 나온 방탄소년단의 7집 발표 관련 뉴스는 조만간 터질 코로나19 뉴스에 비해선 ‘애교’에 불과했다.
2월 중순부터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외신기자들은 연일 서울발 뉴스를 타전했다. 가뜩이나 힘든 와중에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면서 일이 더 늘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해 다수 매체가 신천지 집단의 독특한 예배방식과 교주 이만희의 정체 등을 해외토픽으로 전했다.
그러다가 유럽과 미국 사회가 코로나19로 마비되자 한국의 뛰어난 검사법에 관심이 쏠렸다.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소개는 기본이고, CNN과 BBC는 진단키트 업체까지 찾아가 발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을 심층보도했다.
코로나19 뉴스가 뜸해지더니 이번에는 성착취 동영상을 공유한 ‘n번방’이 화제가 됐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숱한 매체가 현대사회가 경각심을 가질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조주빈은 근래 한국인 범죄자 중 해외에 얼굴이 가장 많이 알려진 인물일 것이다.
이제 n번방에 이어 한국의 다음 뉴스는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0명이라는 뉴스가 하루라도 빨리 나와야 할 테고, 치료제나 백신 개발 소식도 한국발이면 좋을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