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원에서 가족 3명이 심장이식을 받은 기업인 가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고 있는 해당 병원에 방호복 1000벌과 덴털마스크 5만5000장을 기부했다. 주인공은 3년 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후 중국에 살고 있는 박구식(60)씨와 아들 병인씨 가족. 병인씨 가족은 현재 중국에서 한 철강회사 그룹을 이끌고 있다.
아버지 구식씨의 형제는 5명으로, 이 중 둘째 셋째 넷째 3형제가 세브란스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넷째 구식씨는 심장근육에 이상이 생겨 심장기능이 감소되는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2017년 2월 심장내과 강석민 교수와 심장혈관외과 윤영남 교수를 통해 심장이식을 받았다. 둘째 안식(68)씨는 그해 10월, 셋째 성식(64)씨는 2015년 9월에 같은 질환으로 같은 의료진에게 심장이식을 받았다. 세브란스병원 심장이식 가족 모임에서는 이들이 ‘심장이식 삼형제’로 불린다.
수술 후 중국에 거주하며 정기 외래 진료 때만 강 교수를 만난 구식씨는 지난 3월 강 교수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아들 가족이 아버지와 삼촌들을 잘 치료해주신 것에 대해 평소 마음 깊이 감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병원과 의료진들이 정말 힘들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에 방호복 1000벌과 덴털마스크 5만5000장을 기부하고 싶어합니다’라는 의사를 전했다.
강 교수도 문자를 통해 “정말 고맙습니다. 전국 많은 병원 의료진들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겨내고자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드님 가족의 기부가 정말 가뭄의 단비처럼 큰 힘이 될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이후 지난 26일 방호복과 마스크가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응원 메시지와 함께 병원에 도착했다.
강 교수는 1일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며 동시에 병원 내 전파를 막고자 밤낮으로 고생하고 있는 때에 병원과 환자들이 위기를 무사히 넘기기를 바라는 박씨 가족의 진심이 느껴졌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