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잔인한 4월’을 맞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앞으로 매우, 매우 고통스러운 2주가 될 것”이라며 “다가올 힘든 기간을 준비하길 바란다”고 국민들에게 말했다. 백악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이행된다고 해도 향후 미국 내 사망자가 최대 24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오싹한 추정치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나는 모든 미국인이 다가올 힘든 기간을 준비하기를 원한다”면서 “우리는 매우 힘든(tough) 2주를 지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것은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코로나19 팬데믹의 절망적인 현실을 미국인들에게 털어놓았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날 가장 침통한(somber) 톤이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미국인들은 앞으로 30일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따르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인들은 터널 끝의 빛을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우리가 아무것도 안 했다면 최대 220만명이 숨졌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궁금한 게 있으면 다 물어보라며 계속 질문을 받아 지금까지 코로나19 기자회견 가운데 가장 긴 2시간10분가량 진행됐다.
회견에 동석한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TF 조정관은 정부 지침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더라도 미국에서 앞으로 10만명에서 24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한 모델을 소개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었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로 150만명에서 22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은 최대 24만명이라는 사망자 예상치는 베트남전쟁에서 사망한 미국인 숫자보다 많은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CNN은 보건 당국자들이 그 예상치를 받아들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으며, 예상 수치가 코로나19가 대대적으로 확산될 경우 피해 규모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 TF의 핵심 멤버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 숫자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만큼 우리는 그것에 대해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그렇게 높게 치솟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완화책이 실제로 효과를 내고 있고 효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낙담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가 이 숫자를, 그렇게 될 거라고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벅스 조정관은 향후 2주 내 일일 사망자가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한 뒤 “(코로나19에는) 특효약이 없고, 마술 같은 백신도 없다”면서 “그저 생활습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잘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미 정부가 제시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는 10명 이상 모이지 않기, 불필요한 여행 금지, 음식점·바 출입하지 않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존스홉킨스대는 이날까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18만8172명으로 집계했다. 중국의 2배를 넘어선 수치다. 하루 전보다 약 2만5000명이 늘었다. 사망자 수도 3873명으로 중국(3309명)을 추월했다. 미국 내 최대 발생 지역인 뉴욕주의 환자 수는 7만5000명을 넘었고, 사망자 수도 1000명을 돌파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