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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여의도 차르’와 태구민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여의도 차르’(제정러시아 황제)로 불린다. 절대 권력을 잡은 것처럼 고집이 강하고 다소 독단적인 점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선거의 달인’이라는 그는 지난 두 번의 대선과 20대 총선에서 진보와 보수를 오가며 선거를 총지휘해 모두 승리를 거뒀다. 태구민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갑 지역구에 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다. 그는 북한 외교 전문가로 10년 이상 고위 외교관으로 근무하다 2016년 8월 대한민국으로 망명했다. 북한 주민들을 노예 같은 삶에서 구원해 보겠다며 ‘구원할 구(救)’에 ‘백성 민(民)’ 자를 써서 개명했다고 한다.

팔순의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취임 일성으로 ‘못 살겠다. 갈아보자’ 선거 구호를 꺼내 들었다. 자유당 시절인 1956년 3대 대선 때 야당인 민주당이 이승만 전 대통령 장기집권을 겨냥해 내걸었던 정권 교체 구호다. 태 후보는 출마의 변에서 “북한 사회주의 경제정책의 허구성과 피폐함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에 시장경제와 주민 재산권 보호에 강한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가장 부촌인 강남에서 세금 폭탄이라든가 재건축 규제 등 자유시장 경제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주장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가장 눈에 띄는 두 사람은 처음 악연으로 출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중순 한 언론 인터뷰에서 “태 후보를 지역구에 공천하는 건 국가적 망신”이라며 “그 사람이 강남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남한에 뿌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태 후보는 “등에 칼을 꽂는 듯한 발언”이라며 거칠게 반박했다. 최근에는 극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사무실로 찾아온 태 후보와 통합당 기호인 2번을 나타내는 ‘V’자 표시를 하며 격려했다. 김 위원장은 “태 후보 당선을 책임지겠다”고 말했고 태 후보는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화답했다. 이들이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것인지,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는 촉매가 될 것인지 관심을 끈다.

오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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